광교호수공원의 가을 날.
광교호수공원의 가을 날. (사진=김우영 필자)

강렬한 꽃향기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디서 나는 걸까? 자세히 살펴보니 호수와 산이 만나는 중간 나무 데크 아래 노란 산국화가 무더기로 피어 있다. 아찔한 꽃향기에 한참동안 서있었다.

도시계획 박사인 ㄱ선생과 함께 예전 원천방죽이라고 부르던 광교호수공원을 산책하는 길이다. 몇 년 전부터 나와 함께 수원시 곳곳을 걷고 있는 그가 전화를 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강원도 청정 먹거리 판매대전 강원푸드박람회를 하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다.

기관지가 좋지 않아 바튼 기침을 달고 사는 그를 위해 강원도 산지에서 재배했다는 약도라지를 추천해줬다. 믿을만한데다 값도 싸다고 생각했는지 한 상자를 구매했다. 그리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광교호수공원 둘레를 걷자고 한 것이다.

아, 가을빛이 수면과 수변과 인근 야산에 가득하다. 참 잘 왔다.

이곳은 수원사람들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어디 수원사람뿐이랴.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고은 시인은 1960년대 원천유원지에 와서 배를 타다가 있었던 일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원천유원지가 유명해지자 저수지 주변으로는 음식점과 수영장이 생기고 숲에는 천막으로 만든 술집까지 생겼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값비싼 음식점들과 러브호텔들이 들어서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도 생겨났다. 바이킹이나 회전목마 같은 놀이시설도 들어왔다.

수상 음식점인 ‘용궁’과 ‘수궁’도 장사가 잘됐다. 30대였던 내가 어느덧 60대 중반이 됐으니 지금은 고인이 됐을 그 집 주인은 나를 만나면 무조건 손을 잡아끌고 들어가 술과 안주를 내놓았다.

호수 주변의 농가들은 오리백숙이나 닭볶음탕, 보신탕, 민물매운탕 같은 음식을 내놓았는데 토요일 오후가 되면 오전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의 단체예약으로 분주했다.

광교호수공원은 원천·신대 두 개의 저수지로 구성돼 있는데 이 두 저수지는 1920년대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저수지를 조성하게 된 경위와 뒷얘기는 수원일보 11월 1일자 ‘김충영 수원현미경(43)-원천유원지에는 이런 사연들이 있다’에 자세히 소개돼 있으므로 참고하시길.

원천유원지의 추억을 한 잡지에 썼다.

‘유원지로 개발된 것은 1977년이었다. 드럼통을 연결해 띄운 뒤 그 위에 지은 수상 음식점이 생기고 노를 젓는 보트와 페달을 밟아 나아가는 오리보트도 생겼다. 이를 가장 선호하는 부류는 단연 연인들이었다. 더운 여름날 남자들은 양산을 쓴 연인 앞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해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거나 피가 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땀을 흘리며 노를 젓거나 오리보트 페달을 밟았고 한 두 시간 정도의 즐거운 고행이 끝나면 인근 음식점에서 주머니를 털었다.’

그때 원천유원지는 지금 광교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사라지고 광교호수공원으로 재단장됐다. 2010년 6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년여에 걸쳐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포함, 202만㎡의 면적에 공원을 만든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호수공원이다. 원천저수지는 사람 중심의 역동적인 호수로, 신대저수지는 자연생태 중심의 낭만적인 호수로 각각 차별화되어 되살아났다.

원천·신대 2개의 호수와 6곳의 테마를 가진 공간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특히 원천호수 3km, 신대호수 3.5km 둘레에 수변공간인 어반 레비(Urban Levee) 등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광교호수공원 갈대. (사진=김우영 필자)
광교호수공원 갈대. (사진=김우영 필자)
광교호수공원 산책길. (사진=김우영 필자)
광교호수공원 산책길. (사진=김우영 필자)

옛 원천유원지의 명성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우수경관 사례를 선정하는 ‘2014 국토교통부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광교 호수공원이 최고의 경관으로 뽑혔다.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기존 저수지에 대한 지역주민의 추억을 담기 위해 다양한 테마공원을 만든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광교호수공원은 여의도 면적의 약 2/3에 해당하는 총 202만㎡ 면적에 생태경관을 그대로 살린 공간을 비롯해 어린이 놀이 공간, 가족 캠핑장, 다목적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들어섰다.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가 광교호수공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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