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덕담을 나눈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그러고 보니 신축년(辛丑年)도 꼭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세월을 앞세우고 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올해도 역시 어느 해보다 기록할 사건을 많이 남겼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는 데는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이제 곧 정치·경제인을 비롯한 소위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이라는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신년인사를 빌미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쏟아낼 것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이라서 더욱 홍수처럼 넘쳐날 게 뻔함도 예측된다.

올 초 서민들의 새해 소망 1위 사자성어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의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그리고 ‘무사무려(無思無慮)’ ‘전화위복(轉禍爲福)’이 그 뒤를 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와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되돌아 보면 역시 희망으로 끝나 버렸다.

더불어 올해 대학교수들이 선정하는 2021년 사자성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치권은 올해도 역시 손을 놓은 채 서민들을 철저히 외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내년 대선을 향해 올인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뒷전으로 미룬 채 말이다. 

그래서 서민들이 바라던 사자성어처럼 ‘고생끝 행복 시작’이라는 희망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채  혼란과 혼돈 속에 또 연말을 맞이한 꼴이 돼버렸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푸념을 한다. 

“세상을 바꾸고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이 대선을 비롯, 각종 선거때마다 넘쳐나는데 나라꼴은 왜 이럴까?"

물론 어제 오늘의 푸념이 아닌줄 알지만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환란까지 겹쳐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그런 가운데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말들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어 뒤숭숭한 연말을 더욱 심란하게 하고 있다. 

서로를 비방하며 과거를 들추는 것은 애교에 속하고, 그보다 더한 근거없는 소문도 물밑에선 여전히 왕성함을 자랑한다. 

대선판이 이러다보니 내년 지방선거에 줄을 대려는 당사자들 또한 죽을 맛이다.

수원만 하더라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여 야 시장 후보들이 자천타천 20여명이 넘는다.

무주공산(無主空山)도 아닌데 군웅(群雄)들이 할거(割據)하는 형국이다. 

기초단체장 3선 연임 금지라는 선거법이 유효한 결과이긴 하지만 여느 선거때보다 출마 예상자가 차고 넘친다.

그 틈새에 있는 공무원들의 처신도 여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덕분에 시정(市政)을 놓고 ‘레임 덕’이니 ‘시팅 덕’이니 지역정가에서는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 정치용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어쨌든 세밑 추위와 아랑곳 하지 않고 펄펄 끓는 대선.지방선거 정치판과는 달리 서민들의 생활은 냉기가 가득하다. 

때문에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요즘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고, 그늘진 곳에서 이를 견뎌야 하는 소외 계층은 더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더불어 세대와 계층, 여야간 반목과 갈등도 부는 찬바람 만큼이나 거세고 심각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갈등과 반목은 늘 있어 왔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으나 선거를 앞두고 실종된 정치를 보며 자괴감이 더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를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수준 낮은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서다.

감시자로서의 국민 역할을 강조한 경구(警句).

희망의 내년을 기대하며 곱씹어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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