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라는 말 만큼 애증을 품은 단어가 또 있을까?

그 앞에 ‘자식이’ 붙으면 더 미묘하다.

살아가는 동안 부모 자식 간 관계는 이 같은 애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물론 효자, 특히 ‘심청이’같은 효녀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성장하면서 부모 속을 무던히도 태우는 존재가 ‘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리 사랑’이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보통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웬수‘는 ’원수(怨讐) ‘로 바뀐다.

자식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오롯히 감수하면서 도덕적으로 ’자식 잘못 둔 책임‘까지 떠안아야 해서다.

부모가 공인인 경우는 가혹하리만치 더 혹독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자녀 문제가 부모 도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돼서 그렇다.

사례도 수없이 많다.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설에 올랐던 전직 대통령들의 아들부터 정치인, 국회의원, 장차관, 임명직 고위공직자, 재벌, 선출직 자치단체장, 심지어 일반인들의 자녀에 이르기까지 진용도 상관없고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개중에는 자녀가 저지른 문제에 ‘발목’이 잡혀 낙마하거나 스스로가 거취를 결정하는 쓰라림을 맛본 사례도 부지기수다.

정치권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자녀 관련 공방은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을 들 수 있다.

비록 나중에 사실이 아닌 네거티브로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는 결정이 난 상태여서 당시 정치권에서는 ‘아들 없는 것이 상팔자’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웬수로 변한 아들은 때론 생전 아버지의 명예를 욕보이기도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을 빗댄 ‘호부견자’(虎父犬子)’ 가 그것이다.

지난해 민주당 김홍걸 의원의 재산축소 논란이 일면서 김 전 대통령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해서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올 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한 아들 때문에 퇴출압박까지 받은 3선 국민의 힘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유력 서울시장후보로 거론됐던 모 정치인은 딸의 마약밀수가 드러나면서 하차했다.

국민의 힘 한 중진의원은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아들 덕분(?)에 자천타천 탈당후 검찰조사를 받았다  

얼마 전 부터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마사지업소 출입과 상습도박을 했다는 아들 때문에 곤혹을 치루는 중이다.

엊그제는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입사지원서 논란을 일으킨 아들의 일탈행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쯤 되면 자식이 아니라 ‘웬수’가 맞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에 맘대로 못 하는 것이 ‘죽고 사는 것’과 ‘자식’란 말이 있지만,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격언도 있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느냐'는 속담도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부모 자식 간 불가항력적 관계와 애증(愛憎)을 표현한 문구들이다.

작금의 현실을 보며  다시 한 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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