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아직 근절되지 않은 채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장인이 18명이나 됐고 한다. 이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언론보도내용과 국민신문고를 분석한 결과다. 이는 공직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엔 안성교육지원청 소속 공무원이 폐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내가 죽으면 갑질과 집단 괴롭힘 때문이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그는 안성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과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

지난 13일 인사혁신처는 직장 내 괴롭힘과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 인한 공무상 질병 보상 근거를 포함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도 법적으로 공무원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을 겪은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법적 보상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것은 곧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경기도인권센터에 접수돼 처리된 구제 신청에서도 드러난다. 신청인은 경기도 한 공공기관의 노동조합 분회장이다. 이에 따라 도 인권센터는 또 다른 피해를 당할까봐 조사를 원하지 않은 직원을 제외한 피해자들을 직접 조사했다. 내부 지침을 위반한 권한 행사, 산업재해로 요양 중인 직원에 대한 병가 불승인,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에 대한 부정적 발언 행위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직원은 몸이 아파 병가를 사용하겠다며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의 팀장은 병원 방문일을 확인할 수 없다며 결재하지 않았다. 이 직원은 통원확인서 발급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해당 기관은 1회성 병가 사용 시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내부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팀장은 이를 무시했다. 팀장은 산업재해로 자택에서 요양하던 중 다시 부상을 입은 또 다른 피해자에게 전화해 “더 이상의 병가 승인은 어렵다”고 통보하며 출근을 종용했다.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참석을 위해 출장 신청을 한 노동자위원 직원에게는 “바쁜데 왜 직원을 불러내는 거냐”등의 말을 해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한다.

도 인권센터는 이를 과도한 권한 행사이자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도 인권센터는 팀장의 행위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해당 기관장과 경기도에 해당 권고사항의 이행에 대한 지도․감독, 직장 내 괴롭힘 처리제도 점검과 시정을 권고했다. 아무튼 도 인권센터 관계자의 말처럼 이 결정은 도 공공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인권침해는 아직도 존재한다. 전기한 것처럼 신분이 노출돼 또 다른 피해를 당할까봐 조사를 원하지 않은 이들이나 ‘그냥 혼자 참고 말지’라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적극 조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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