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이나 낙선한 정치인의 대통령 만들기를 다룬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개봉전부터 화제다.

‘정치’와 ‘선거’를 긴장감 넘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냈다고 해서다.

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리에도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믿는 대통령 후보와 “승리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략가의 갈등이 이야기 줄거리다.

그리고 영화 구성 자체가 지금의 대선판과 닮았다 해서 관심도 뜨겁다.

여·야가 개봉과 관련 여론의 유 불리를 따질 정도라니 관심의 도를 짐작케 한다.

제목과 영화 줄거리에서 보여주듯 킹메이커는 자신의 세력을 갖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력 정치인 내지 막후 실력자를 일컫는다.

능력도 다양하게 겸비하고 있어야 실력자로 인정받는다.

여론의 흐름과 선거판을 읽는 능력, 전략적 사고 능력, 의제 선점 능력에 조직 장악능력, 거기에  큰 선거를 이끄는 지휘 능력 등등, 그야말로 ‘능력자’ 그 자체여야 한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모두 갖추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도 우리 정치사엔 자타가 인정하는 ‘킹메이커’가 여럿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물론 기록된 킹메이커들중엔 뛰어난 책사로서 정치지형의 변화를 꾀하는 지략가들도 있지만 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다. 과거 민자당의 공화계를 이끌고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 당선에 큰 기여를 한 것 때문이다.

이어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와 손잡고 DJP 공동정권을 만들어 냈는가 하면 충청권을 기반으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해 지금까지 최고의 ‘킹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노태우 정부 출범을 이끈 김윤환 전 민국당 대표로부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라는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과정에 모두 관여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킹메이커’로 불린다.

또한 대통령을 만드는 중심 역할을 했지만 당선자와 여러차례 결별한 ‘킹메이커’도 있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주역으로 평가받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2012년 대선 승리를 이끌었고,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겸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선거후 그 곁을 떠나서 그렇다.

이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번 대선에선 결과도 보기 전에 국민의 힘 총괄선대위원장자리에서 물러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일찌감치 결별했다.

절대 군주 ‘짜르’라고 불리며 '야권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린 김 전위원장 없이 '단기필마' 의지로 선거에 나서는 운석열 후보를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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