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영 수원현미경(53)] 행궁동레지던시는 문화마을의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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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수원현미경(53)] 행궁동레지던시는 문화마을의 초석이 됐다
  • 김충영 논설위원
  • 승인 2022.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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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논설위원 / 도시계획학 박사
행궁동 레지던시 건물. (사진=대안공간 눈)
행궁동 레지던시 건물. (사진=대안공간 눈)

행궁동레지던시는 또 하나의 수원문화예술 역사다. 행궁복원이 마무리 되어가자 대로변에서 행궁이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행궁 앞에 광장을 만들어 행궁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행사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화성정비계획에서 광장계획이 수립됐다. 2004년 중반부터 보상이 시작됐다. 

그런데 수원우체국이 이사 갈 곳을 마련하지 못하자 공사 추진이 지연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길은 막히고 동네가 어수선하여 장사가 되지 않자 행궁주변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주민대표들이 화성사업소장인 필자에게 찾아왔다.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된지 7~8년이 되도록 집단행동은 처음이었다. 주민들이 이제 화성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필자는 주민들에게 마을 공동체 결성을 주문했다. 모임형식을 갖춘 주민들은 우체국을 찾아가 조속한 이전을 촉구했다. 경찰서에 찾아가 교통체계 개선도 요구했다. 이어 팔달문에서 화성행궁을 연결하는 도로 정비를 요구했다. 그래서 한데우물길 정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2007년부터 행궁길 발전위원회는 매주 이구림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모여 회의를 했다. 수원의제21 이근호 사무국장, 대안공간 눈 이윤숙 대표, KYC 고경아 대표 등이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마을을 위한 사업에 앞장섰다. 이 사무국장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에서 주관하는 도시대학(마을만들기 관련 전문교육)이 있으니 나에게도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평택대학교에서 진행한 5주간의 교육을 주민대표들과 교육 받았다. 이때 이용학, 장병익, 이근호, 박영순, 김충영이 참여했다. 드디어 우체국 건물이 철거되고 행궁광장이 조성되었으나 어수선한 광장주변 정리가 필요했다. 겸사겸사 관광활성화를 위한 편익시설 조성을 위해 광장 남·북측을 매입했다.

대안공간 눈 모습. (사진=대안공간 눈)
대안공간 눈 모습. (사진=대안공간 눈)

보상이 완료됐다. 주민들이 떠난 상태여서 다시 사용계획을 세울 때까지 건물을 허물고 빈 공터로 방치해 두어야 하는 실정이었다. 2004년 살던 집을 개조해 청년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예술을 통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비영리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이 행궁동에 만들어졌다. 대안공간 눈에서는 전국의 청년작가들을 행궁동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무료로 공간을 개방했다. 수원화성을 찾는 관광객을 골목으로 유도하고 작가, 주민이 소통하는 행궁동의 문화 사랑방 기능을 했다. 이곳을 나는 화성을 돌아보며 가끔 찾아가 전시 관람을 하곤 했다. 수원의제21 이근호 사무국장도 자주 찾아가 전시도 보고 행궁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윤숙 대표와 나누었다. 

이때 이윤숙 대표는 신풍지구 철거건물을 활용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예술가들이 마을에 머물게 되고 활력이 생길 것이니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하여 이근호 사무국장이 계획서를 작성했다. 행궁길발전위원회(행궁길주민, 대안공간 눈, KYC, 수원의제21)가 주관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6개월간 운영한 후 철거퍼포먼스를 하는 계획이었다.

행궁길발전위원회는 2008년 중반쯤 건물 철거작업이 한창 진행될 때쯤 화성사업소장인 필자를 찾아왔다. 철거예정인 광장 북측 신풍지구 건물을 활용해 마을 활성화 사업을 구상했다며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그것이 바로 ‘행궁동 역사문화마을만들기 레지던시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 화성은 외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나 마을이 쇠락해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스스로 건물을 철거하기 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겠다니... 필자는 내심 반겼으나 담당직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레지던시(residency)’는 예술가들에게 입주할 공간을 제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거주 · 전시 공간, 작업실 등 창작 생활공간을 지원해 작품 활동을 돕는 사업이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해 국내외에서 활성화됐다.

전 경기도 택시조합 건물. (사진=김충영 필자)
전 경기도 택시조합 건물. (사진=김충영 필자)

그리하여 화성사업소는 사업추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승낙했다. 이윤숙 대표는 신풍지구 한 블럭 전체를 사용하고 싶어 했지만 철거가 진행 중이라 건물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나마 쓸만한 전 경기도택시조합건물과 옆에 있는 파란색 기와2층집을 창작공간으로 사용하고 원룸 빌딩 한 채를 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초기 사정은 참으로 막막한 상황이었다. 집주인이 이사를 하고 나니 온통 쓰레기들이 쌓여있어 창작공간으로 활용이 어려운 여건이었다. 아무리 철거 전까지 임시로 사용한다 해도 전기와 수도 시설도 필요했다. 화성사업소에서 전기와 수도를 연결해 주었고 운영은 주민들이 맡았다.

건물철거 퍼포먼스 모습. (사진=김충영 필자)
건물철거 퍼포먼스 모습. (사진=김충영 필자)

초대 위원장은 이용학, 사무국장은 이근호(수원의제 21), 총감독은 이윤숙(대안공간 눈 대표) 간사 최보라가 선임되어 활동에 들어갔다. 대안공간눈에서 입주 작가 모집 요강을 만들어 대안공간눈 홈페이지와 메일 등으로 홍보했다. 예술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38팀의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이 선정되었고 화성사업소 회의실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행궁동 레지던시 입주식 모습. (사진=대안공간 눈)
행궁동 레지던시 입주식 모습. (사진=대안공간 눈)

행궁길발전위원회는 입주 작가들과 함께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일을 시작으로 ‘상상은 자유, 현실이 되다’ 라는 주제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드디어 2009년 5월 31일 입주식이 진행됐다. 1기 활동기간은 2009년 10월 31일까지였다. 어차피 철거퍼포먼스 계획이 되어있어 작가들은 오히려 부담 없이 공간을 활용했다. 

인상에 남는 작업은 2층집 지하에 물을 무릎 정도 채우고 원천유원지에서 배 한척을 가져와 띄운 이창훈 작가의 설치작업이다. 1기 활동기간이 끝나도록 신풍지구의 활용 계획이 없었기에 작가들은 계속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 때 이윤숙 총감독은 소품 한 점을 내놓으며 시에 작품기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레지던시 운영위원과 입주작가 기념사진. (사진=대안공간 눈)
레지던시 운영위원과 입주작가 기념사진. (사진=대안공간 눈)

김용문 작가를 비롯해 13점의 작품이 모아져 기증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이윤숙 총감독은 시장에게 공간 활용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김용서 시장은 사업이 결정될 때 까지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화성사업소에 지시했다. 그리하여 2기 입주 작가를 모집했다. 

2기는 43팀이 선정되어 2009년 12월 14일부터 2010년 6월 27일 까지 6개월간 활동했다.

2010년 6월 2일 제5기 지자체장 선거에서 염태영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염 시장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고교시절에는 미술부 활동을 했었고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하여 행궁동 레지던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나혜석 자화상 타일벽 제막식. (사진=대안공간 눈)
나혜석 자화상 타일벽 제막식. (사진=대안공간 눈)

새로운 사업이 있기 전까지 레지던시 건물을 사용하기로 결정되면서 수원시가 레지던시  리모델링비를 지원하게 된다. 이때 나혜석 자화상 타일벽 설치와 공간칸막이, 전시실, 지하에 소극장을 조성했다. 이근호 사무국장은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센터장으로 갔다. 이윤숙 총감독은 2012년 행궁동레지던시를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행궁동 역사문화예술 마을 만들기’ 사업에 뜻을 함께하는 행궁동 마을 만들기 주민 주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행궁마을커뮤니티 아트센터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 이용학, 사무국장 황현노, 총감독 이윤숙, 간사 김미정, 이재림 등 집행부가 구성됐다. 

53-8, 행궁마을 커뮤니티 아트센터 운영위원회 일람표. (자료=대안공간 눈)
53-8, 행궁마을 커뮤니티 아트센터 운영위원회 일람표. (자료=대안공간 눈)

운영위원에 이구림, 이봉근, 봉순근, 한창석, 김웅수, 이환승, 박영순, 도종호, 황현노, 이윤숙, 고경아, 조병삼 씨 등이 참여하여 커뮤니티아트센터의 활동을 지원했다. 이때 나도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했다. 커뮤니티아트센터 입주 작가들은 매년 행궁동에서 진행되는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와 행궁동프로젝트, 마을르네상스 사업에 참여하여 많은 역할을 했다.

2013년 수원시는 행궁동에서 ‘생태교통수원2013’을 추진했다. 이때 커뮤니티아트센터 입주 작가들은 주민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생태교통사업의 성공 개최에 기여하기도 했다. 커뮤니티아트센터는 2015년을 맞으며 위기를 맞게 된다. 그동안 사용한 건물이 수원시립미술관 건립부지에 편입되어 철거가 결정된 것이다. 

행궁로 56의 2번째 레지던시 건물. (사진=대안공간 눈) 
행궁로 56의 2번째 레지던시 건물. (사진=대안공간 눈) 

수원시는 6년여의 커뮤니티아트센터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화성시설물인 남지복원을 위해 매입한 건물(행궁로 56)을 커뮤니티아트센터로 제공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활동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나 이곳 역시도 남지복원을 위한 문화재 발굴작업을 위해 부득이 철거되어야만 했다. 

행궁마을 커뮤니아트센터는 이곳에서 4년을 활동하고 2019년 10월 31일 마감전을 끝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처음 6개월 동안 계획했던 프로그램이 만 10년 5개월간이나 운영됐다. 11기를 거치면서 전체 입주팀은 325팀, 중복횟수를 제외하면 150팀이 입주해 활동을 했다.

행궁마을 커뮤니티 아트센터 입주작가 연혁. (자료=대안공간 눈)
행궁마을 커뮤니티 아트센터 입주작가 연혁. (자료=대안공간 눈)

입주횟수를 살펴보면 3번 이상이 29팀, 4번 이상은 23팀, 5번 이상 16팀, 6번 이상 11팀, 7번 이상 8팀, 9번 이상 3팀이 활동해서 많은 팀의 작가들이 수원에 거주하면서 활동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행궁동에서 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행궁동이 문화예술 마을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1기에 입주한 강제욱 사진작가는 서울에서 대학원 졸업 후 삶의 터전이 필요했다. 서울 인근에 적당한 곳을 찾고 있던 중 행궁동 레지던시 입주 작가 공모소식을 접하고 지원했다. 그리고 같이 활동했던 서정화 시조시인과의 신혼방도 행궁동에 꾸렸다. 그는 ‘수원국제사진축제’를 7회째 기획 진행하였다. 

서정화 작가도 행궁동에 머물며 시집 5권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행궁동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났음에도 수원을 근거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행궁동 커뮤니티아트센터는 문화의 불모지인 행궁동이 문화예술 마을로 자리잡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