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합(二姓之合)’ ‘검은머리 파뿌리···’ 설명 안 해도 ‘특별한 날’인 만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명칭도 많다.

19세기 영국에서 체계화된 것으로 알려진, 고전(古典) 결혼기념식 이름만 봐도 그렇다.

1주년 지혼식(紙婚式), 5주년 목혼식(木婚式), 10주년 석혼식(錫婚式), 15주년 동혼식(銅婚式), 20주년 도혼식(陶婚式).

25주년 은혼식(銀婚式), 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 35주년 산호혼식(珊瑚婚式), 40주년 녹옥혼식(綠玉婚式), 45주년 홍옥혼식(紅玉婚式), 50주년 금혼식(金婚式), 60주년 금강혼식(金剛婚式) 등등.

이혼이 보편화되고 독신이 늘어나는 현대사회 속에서 ‘낯 설음’ 그 자체지만, 아직은 설레임이 더 크게 다가온다.

15년전, 프랑스 미래학자들은 2030년쯤이면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기에 화답하듯 당시 미국의 미래학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결혼제도 자체를 부정하면서 “과거 1만년 동안보다 최근 100년간 결혼 관습이 더 변화한 사실을 볼 때 앞으로 20년 동안 결혼제도의 변화는 더욱 극적일 것”이라 밝혀서다.

아울러 “평생 동반자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즐기는 사랑만 판칠 것”이라는 예견도 했다.

비슷한 시기 유엔도 보고서를 냈다.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2045년 쯤 ‘결혼제도’는 ‘낡은 규범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주 내용이다.

다시 말해 ‘결혼’의 의미를 “성인 남녀를 사회적 규범으로 속박하는 예식”정도로 여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 과정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진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은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의 중요한 계기로 인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결혼을 통해 신랑 신부 당사자들은 물론 양가 모두 새로운 가족의 일원을 받아들이는 매우 중요한 일생의 의례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환란 속에서도 결혼 예식이 줄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연유다.

물론 결혼 문화에 대한 국민 의식이 변화하는 추세는 맞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10년 64.7%에서 2020년 45%로 감소하는등 우리 사회에서 결혼규범이 약화되고 있음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결혼은 2011년 32만1000건에서 2020년 21만4000건으로 줄고 대신 동거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결혼한 5쌍 가운데 한 쌍이 ‘연상녀 연하남’ 커플 아라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지난 2020년 연상 아내와 연하 남편 결혼이 3만853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통계청이 관련 자료를 처음 집계한 1990년의 2배가 넘고, 1995년이후 26년째 매년 계속 늘어 난 수치다.

이유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 MZ세대의 취향과 경제적으로 비교적 일찍 자리 잡은 ‘연상의 여인’ 인기가 더해져 그렇다는 것.

바뀌는 결혼 풍속에 이래저래 노총각들만 장가가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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