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정치판에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먹칠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여론조사는 통계학이 빚어낸 과학적 산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통계에 숨어있는 허점 또한 많아서다.

알고리즘이 진화하고 조사기법이 발달했다는 요즘에도 여론조사는 걸핏하면 틀린다.

그래서 아예 특정기관, 즉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는 으레 그러려니 치부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어느 여론 조사기관이 조사 한 거지?”   “음~그렇지, 역시나·· ” 할 정도니 말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의 결과는 특정 여론조사를 의뢰한 쪽의 의중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 기현상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잘 알려지다시피 흔히 보수진영의 여론조사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진보진영의 여론조사에 진보성향의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OEM, 즉 주문자생산방식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자주 나왔고 심지어 조작설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해서 생겨난 말이 이젠 평범하게 들리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니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니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당사자는 물론 진영의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표심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궁금증이 그나마 믿고 갈 수 있는 좌표 역할을 여론조사 결과가 대신 하고 있어서다.

1987년 대선부터 도입된 여론조사가 이번에도 ‘무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양적 팽창만큼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동시에 ‘불신의 이이콘’으로 전락하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씩 차이가 나서 그렇다.

심한 경우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설문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당일 결과도 오락가락 한다.

과거엔 이런 현상에 대해 ‘침묵의 나선이론’, 다시 말해 “통상 진보가 주류 담론인 시기에는 보수가 침묵하고, 보수가 주류 담론일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는 이론을 내세워 오류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의 여론조사들이 이러한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아울러 그동안 여론조사의 복병이라 불리던 ‘모종의 분위기상 압력’ 거짓응답을 뜻하는 ‘브래들리 효과’와 조사에 전략적으로 응답하는 ‘역선택’ 등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하며 아니면 최소한 공정해야 한다는데 어쩌다 불신의 아이콘이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 속내를 감추고 있는 일부 국민들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정확하지도 않은 여론조사에 울고 웃는 기막힌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게 요즘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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