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적잖은 눈이 내렸다.

비록 음력이지만 서설(瑞雪)이라 해서 많은 사람들이 성스럽게 맞이했다.

그리고 추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눈도 눈이지만, 곧 봄이 온다는 계절의 암시가 함께 와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내일이 입춘(立春)이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닥쳐도 땅속 깊은 곳 봄이 싹트는 소리는 들리는 법이다.

자연의 조화다.

 눈이오고 명절이 찾아온 이 시기가 지금이다.

봄을 뜻하는 춘(春) 역시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나오는 모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풍이 불어 언 땅이 녹고,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고 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입춘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입춘첩(立春帖)도 내일부터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 새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 : 비가 적당히 내려주고 때맞춰 바람이 고르게 불어주니 풍년이 든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니 집집마다 넉넉하다’

젊은 세대들이 볼 때 ‘고리타분’의 대명사들 같지만 우리 선조들은 새로운 봄을 이야기를 할 때 변함없이 사용한 명구(名句) 들이다. 

그러면서 바램같이 되리라 확신하는 의지 또한 함께 전달했다.

아울러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실천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일 년 내내 횡액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춘 전날 밤 각자 생각한 선행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동네 골목을 빗자루로 쓰는 작은 일에서부터 불우이웃을 돕는 일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사실 돌아보면 지난 겨울은 혹독했다.

새삼 설명치 않아도 세파는 매웠고 삶은 추웠다.

몸은 나무처럼 헐벗었고, 마음은 빈 가지처럼 시렸다.

그런 배신감과 자괴심을 가슴에 묻으며 ‘분노의 계절’을 넘어 왔다.

때문에 올해의 봄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봄이라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다.

내일은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이자 봄의 기점’이라는 입춘이다.

봄이 오기를 갈망하는 대선 주자들의 마음 다짐도 새로울 듯싶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듯, 절망의 터널에서 희망을 쓰는 각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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