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칸트는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거짓말은 가벼움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있고, 선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리고 거짓말을 훌륭한 목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이 목적을 위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래서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본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죄다. 스스로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하는 비천한 짓이다’라고. 

이런 의미로 미뤄 보면 거짓말은 일단 악의 개념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은 나쁜 수단이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악행을 이르는 말이기도 해서다.

우리말 사전에도 거짓말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모든 거짓말이 다 ‘나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급영향에 따라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로 분류되니 말이다. 

사회학자들은 거짓말에 색깔도 부여했다. 하얀 거짓말과 검은 거짓말, 회색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 그것이다. 

더 세분화해서 노란 거짓말과 파란 거짓말을 덧붙이는 이들도 있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웃음과 때로는 감사로 화답하는 게 선의의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사심없이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피해는 커녕 되레 득이 되기도 한다.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도 여기에 속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평소 거짓말을 못하던 사람도 이날 만큼은 가벼운 장난이나 속임수로 웃음을 주고받았다.
 
별달리 웃을 거리를 찾지 못하던 시절 일반 국민들 사이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이렇듯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로 부른다.

환자에게 하는 의사의 심리치료용 거짓말을 비롯, 못 먹고 살던 시절 어머니가 배고픈 자식들에게 “나는 밥을 먹었다”며 자신의 밥을 얹어주던 거짓말을 들 수 있다. 

‘죽어도 시집 안 가겠다’는 노처녀, ‘얼른 죽어야지’라는 노인,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뻔한 거짓말, 비양심적이라며 비난할 수는 없는 이런 거짓말도 굳이 구분하자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죄있는 거짓말을 ‘검은 거짓말’로 구분한다.

특히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이 그렇다. 

철학자 칸트가 정의한 거짓말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빨간 거짓말’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 주위엔 이런 거짓말이 너무나 많다. 

유구함을 자랑하고 일일이 나열하지도 못할 정도다. 

거짓말이 생성되는 곳도 다양하다.

비리에 눈먼 일부 공무원들로부터, 이익을 위해 서민들을 등치는 재벌, 도덕성을 상실한 파렴치범들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곳이 사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비리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집단일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둔 선거 운동기간동안 이런 거짓말을 국민들은 신물나게 들어왔다.

대선후보 본인들은 물론 진영의 책임자, 조직원들, 심지어 부인들까지도 드러난 비리와 문제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보다 거짓말로 일관한 사실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경기도청 공무원의 과잉의전에 대한 후보 부인의 빙공영사(憑公營私)의 다분히 ‘검은 거짓말’이 섞여 있는 듯한 사과도 그 중 하나다.  

오늘 20대 대통령 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차기 정권을 향한 대권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22일 동안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여야간 명운을 건 마지막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지만 피 말리는 대혈전도 예상된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가 이번 대통령 선거는 과거의 경우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한다.

박빙인 만큼, 후보자 자질과 가족 문제에 더해 역대급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해서다.

그 바탕엔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검은 거짓말’이 포함돼 있음도 물론이다.

때문에 또 어떤 검은 거짓말들이 난무할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선거운동 양태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반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 있어서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인 유권자는 개념 없이 지역감정과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안된다.

아울러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후보를 선택해서도 안된다.

우리의 꿈, 희망, 믿음을 담은 미래비전을 ‘검은 거짓말’에 맡길 순 없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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