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송을  선거운동의 꽃이라 부른다.

그리고 중심에는 유세 차량이 있다.

유세차량 스피커를 통해서만 로고송을 틀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후보에겐 유세차량이 최고의 효자(孝子)다.

장착된 확성기로 육성연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나팔통로여서다.

하지만 유세차량을 통해 전달되는 두 소리는 효과적인 측면에서는 비교불가다.

반복을 통해 중독성을 유발하는 로고송의 기여도가 훨씬 높아서 그렇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멜로디, 귀에 익은 노랫말을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든다.

흡입력과 각인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온 로고송 제작 선택 철칙도 있다.

일단 유권자의 눈과 귀를 붙잡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누구인지 뇌리에 남겨야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랫말 패턴이 그것이다.

로고송이 이처럼 선거운동 일등공신 노릇을 하다보니 우스갯소리까지 만들어졌다.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열 정책 부럽지 않다”

선거 떄마다 각 후보 캠프에서 사활을 걸다시피 극비로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선, 총선 등 수 많은 선거가 치러진 만큼 그동안  로고송 또한 무수히 등장하고 사라졌다.

그 중 인기 톱은 단연 박현빈의 ‘무조건’을 꼽는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불러 재미를 본 후 그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184명의 후보자가 쓰는 진기록을 남길 정도였다.

이정현의 ‘바꿔’가 다음을 잇는다. 그 여파는 지금도 있다.

대부분의 로고송이 여전히 트로트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사실 선거 로고송은 60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트로트에 가사를 붙였는데, 1960년 3·15부정선거 때 불린 대중가요 ‘유정천리’가 주인공이다.

제4대 대선 한 달여 전 조병옥 민주당 후보가 갑자기 사망하자 지지자들이 “가련다 떠나련다 /장면 박사 홀로 두고 조 박사도 떠나갔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당선 길은 몇 구비냐”로 개사해 불렀다.

유세차량 로고송이 찬밥 신세였던 선거도 있었다. 코로나19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이 그랬다.

아무튼 후보들에게 효자노릇을 하는 로고송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들에겐 천덕꾸러기 취급도 곧잘 받는다.

유세 차량에서 들리는 커다란 음악을 소음 공해로 느끼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전국의 경찰청 상황실엔 선거 소음과 관련한 신고가 적게는 수십 건, 많게는 수백 건이 접수된다.

이런 소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물론 ‘소음진동관리법’상으로도 규제 대상이 아니라 경찰도 ‘난감’ 그 자체다.

어제(16일) 대선판에서 로고송이 일시 사라졌다.

안철수 대선 후보 유세차량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각 후보측에서 애도의 의미로 가무(歌舞)를 중단한 것이다.

차제(此際)에, 유권자의 의중을 무시한채 무작정 듣기만을 강요하는 일방적 선거운동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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