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상관 없이 기온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날씨가 미쳤나?'

요즘이 꼭 이 모양새다.

봄의 문턱인 입춘이 지난 지 한참 됐고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진다는 우수도 엿새나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영하의 꽃샘추위가 기승이다.

오미크론과 함께와 유난히  추위가 길게 느껴져서 그런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다시금 생각난다.

각박한 세상, 봄을 기대했던 마음이 성급하기도 했지만 계절의 변화가 비행기 시간처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 또한 아닌가 보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을 더욱 차게 느껴며 "하기야 어디 세상일이 '시간표'대로 진행되는 것이 있나"도 되뇌어 본다.

바람할미가 꽃 피는 것을 시샘해 심통을 부리기 때문이라는 애교섞인  핀잔을 듣는  꽃샘추위.

우리나라엔 이런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설늙은이’ 즉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기질이 노쇠한 사람이 꽃샘추위에 당한다는 뜻이다.

어줍잖은 행실은 작은 충격에도 변을 당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중국엔 ‘춘동골두 추동육(春凍骨頭秋凍肉)'이라는 속담도 있다.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라는 뜻이다.

겨울의 길목인 가을보다 가는 겨울의 횡포가 더 심하고 맵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이 같은 꽃샘추위를 영어에서는 ‘봄추위(spring cold)’ 또는 ‘마지막 한파(the last cold snap)’로 표현한다.

꽃샘추위는 무언가 성취하기 전에 겪어야 하는 '마지막 시련'이라는 은유의 표현이다.

겨울은 갔어도 봄을 도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도 담겨 있다.

해서 서양에서는 꽃샘추위를 현실을 극복해야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대선이 불과 13일 남았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인가?  후보들에게 깊은 뜻이 전달되면 좋겠다.

날씨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1일 10만명이 넘게 나오는 오미크론 감염자의 폭증현상이 더 걱정이지만 말이다.

사실 요즘 날씨만 찬 것은 아니다.

세상이 더 으스스하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그렇고 나아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네 삶이 그렇다.

지금 같으면 시공을 초월, 환란의 시절과 대선이 성큼 지나고 어서 빨리 4월이 왔으면 좋겠다.

그 때가 되면 '진짜 봄'이 오려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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