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후 국민통합을 위해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를 위협하는 세력을 정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국가의 존립 가치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변치 않는 진리로, 역사의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삶 속에 깊히 각인돼 있다.

120여 년전 안중근 의사는 이같은 진리를 함축해 적은 유묵을 남겼다.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勞心焦思)', 즉, 국가의 안위를 마음으로 애쓰고 속을 태운다는 뜻이다.

삼일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다시금 가슴에 와닿는다.

그러면서 나라 잃는 것을 염려하고 걱정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우리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함도 새삼 상기한다.

나라가 있어도 행복하지 못한 삶이 연속된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위협을 알아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딱딱한 주제 같지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당장 요즘 더욱 팍팍해진 우리네 삶을 돌아보자. 위협하는 것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니 더 들여다 보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를 국민 안위보다는 정권 창출이 우선시 되는 선거라 말한다. 

통치권력을 위임받으려 하면서도 정작 국민을 진영으로 가르고, 내편 네편으로 지역을 갈라치기 하며 엇박자만 날리고 있어서다.

나라의 리더란 무릇 국가안전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책임지고 전 국민을 아우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반대니 더욱 그렇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다수의 논리로 형성된다고 하지만 본질과 다른 길에서 방황한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즉 유권자에게 올 수 밖에 없다.

이번 선거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또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는 벌써부터 주도권 경쟁을 벌이느라 국민 삶과 안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선거기간 내내 사사건건 사활을 건 투쟁이라며 한 치 양보없는 정쟁을 벌였다.

국민들로부터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된 듯 하다는 힐책도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종반전을 맞이 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국민의 선택도 어렵게 하고 있다.

벌써부터 선거가 끝난 후를 걱정하는 국민들 또한 늘고 있다.

정치권이 반으로 갈려 서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목이 심해지고 나아가 정쟁이 극심해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폭정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난해 5월, 본 칼럼을 통해 필자가 다루었지만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이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했다는 고사다.

뜻 그대로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말한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 흉흉한 민심은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2500여년 전 이같이 설파한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어찌보면 우리는 지금 이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전염병과도 싸우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로는 결코 희망을 줄 수 없다. 

그것이  특정한 소수를 위한 생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는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투표전 국민 모두 '국가안위노심초사'를 되뇌이며 선거이후 국민통합을 위한 최선책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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