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는 ‘올린다’ 보다 ‘던진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표문(表文)이라는 뜻이 원래 높은 사람에게 올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용한다.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이 아닐수 없다.

요즘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하며 던지는 출사표가 전국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되짚어보면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각오와 비전들이다.

하지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시큰둥' 그 자체여서다.

'끼리끼리들만의 잔치 판'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혹자들은 오직 돈과 권력을 위해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이를 간파한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확산되고 있지만 정치판은 변함 없이 뜨거운 것 또한 현실이다.

정치판에 함몰돼 있으면서,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정치인들의 심리 덕분이다.

일찌기 미국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 같은 심리를  ‘인지부조화’라 규정했다.

특히 역량이나 능력, 경력, 일의 추진력에 있어서 함량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나서려는 정치인 일수록 더욱 심하다고도 했다.

사회학자들은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선거운동을 불사하는 것도 인지부조화의 일종이라고 한다.

또 선거에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지인 등 주위의 반대에도 결심을 굳히는 이유 중 하나도 인지부조화가 작용한 탓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출마 예상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속내는 더 급한 모양새다.

출마를 선언하고 출사표를 던지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지만 유권자의 마음은 가늠 할 길이 없고 공천여부도 안개속이라 그렇다.

해서 그런지 요즘 지방정치 현장은 출마자마다 ‘은밀한 작업’을 바탕으로 ‘나 아니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선거에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인재를 영입하고 퇴출하는 것은 후보 소속당의 권한이다.

그 권한속엔 출마자의 의사가 인지부조화에 속하는 것인지 아닌지 다져 보는 것도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자치단체의 장은 광역이든 기초든 ‘자신’이 아닌 ‘주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마(出馬)의 반대되는 말로 역마(逆馬)가 있다.

예부터 돈과 명예 권력만을 위해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을 빗대  ‘말을 거꾸로 탄다’는 뜻의 역마(逆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깜냥도 안되면서 도덕적 흠을 숨긴 채 말을 거꾸로 탔다가 굴러 떨어지는 낭패를 본다고 해서 그랬다.

그렇다고 어쩌다 역마후 낙마를 하지 않고 무사히 '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아마 그런 사람일수록 분에 넘쳐 더 우쭐대고 으스댈듯 싶다.

선현들은 권력이란 원래 자기의 것이 아니고 국민한테 빌린 것이라 했는데도 모두가 자신의 음덕(蔭德)인줄 알고 말이다.

선거의 계절, 말을 거꾸로 타고 출마랍시고 나서는 후보자들은 없는지 계속 지켜 보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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