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ㅇ박사를 제외한 주변 술꾼들이 모두 코로나19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동네 아우 ㅎ의 환갑이어서 만든 조촐한 술자리에 모인 6명 가운데 우리 둘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모두 고생 많았다. 다행히 모두 완치 판정을 받고 멀쩡하다. 그래도 다음에 만날 땐 서로 조심하자.

오미크론에 걸린 이 자들은 나와 ㅇ박사에게 “사회성이 없는 사람들” “인간관계가 단절된 못난이들”이라고 놀린다. 오죽 교류가 없으면 남들 다 걸리는 오미크론에도 안 걸리느냐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다.

어쨌든 그래서 요즘 사회성 없는 인간 둘이 잘 붙어 다닌다.

며칠 전엔 수원양조협동조합이 만든 막걸리 ‘행궁둥이’를 마실 수 있는 ‘행궁연가’가 문을 열었다. 지난 가을부터 준비를 해오다 드디어 개업을 한 것이다.

준비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와 오랜 친분이 있는 황현노 이사장은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잠시 들렀던 개업식, 그 일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행궁연가’ 외관.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행궁연가’ 외관.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에서 생산되는 행궁둥이 막걸리는 수원지역 쌀(효원 쌀)을 주원료로 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행궁연가는 북수동 250-1번지(도로명 주소 정조로 860번길 19-3)에 있다. 장안사거리 남쪽 횡단보도가 있는 작은 사거리에서 수원천 쪽으로 가면서 왼쪽 얌얌분식과 로맨스모텔 사이, 골목 초입이다.

오래된 낡고 작은 건물 네 채를 수원시가 매입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해서 공장과 함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의 공유경제사업장인 것이다.

행궁연가 내부. (사진=김우영 필자)
행궁연가 내부. (사진=김우영 필자)

행궁둥이 막걸리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수원에서 대표할만한 전통주가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황 이사장 등 행궁동 주민들에 의해 탄생했다. 뜻을 함께 한 이들은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문화를 결합한 컨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행궁둥이는 ‘행궁동에 오면 궁둥이를 붙이고 꼭 마셔야 하는 막걸리’라는 뜻이다. ‘~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접미사 ‘-둥이’가 붙어 ‘행궁동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의미도 있다. 작명 센스가 있다.

이름만큼 술맛도 훌륭하다.

숙성이 잘된 막걸리에서는 과일 향기가 났다. 막걸리는 숙성기간, 숙성온도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제대로 만든 막걸리가 잘 숙성되면 사과향이 난다.

행궁둥이 막걸리는 달다. 그러나 인공감미료에 의한 단맛이 아니다. 쌀을 많이 넣으면 단맛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러니 달달함이 자연스럽다. 묵직하지만 청량감이 있으며 깔끔하고 부드럽다. 입에 순하게 감기며 목넘김도 자연스럽다. 대부분 막걸리는 목에서 걸리고 생목이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먹고 난 뒤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술은 그렇지 않다.

잘 숙성된 행궁둥이막걸리에서는 과일향이 났다. (사진=김우영 필자)
잘 숙성된 행궁둥이막걸리에서는 과일향이 났다. (사진=김우영 필자)

요즘 나와함께 ‘사회성 없는 인간’이 돼버려 어쩔 수 없이 붙어 다니게 된 막걸리 마니아 ㅇ박사도 만족한 표정이다. “술 좋다. 좋아!”라는 말을 연신 쏟아내며 사진을 찍어 SNS 단체방에 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사회성이 좋은 탓’에 후과를 치르고 있는 이들을 약 올리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행궁둥이 막걸리는 행궁동 동네 사람들이 참여한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에서 지역 쌀로 만든 술이다. 더욱 마음이 동하는 이유다.

벗들, 오미크론 진정되거든 행궁연가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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