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수선해도 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다는 벚꽃은 어김없이 피는 모양이다.

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벚꽃 '개화'라고 한다.

비록 지난해보다 8일이 늦었지만 기상청이 지난 25일 제주도 왕벚꽃이 개화했다고 발표했다.

꽃소식은 남에서 북으로 하루 30㎞를 간다고 하니 곧 중부권에도 꽃이 만개할 것같다.

수원 팔달산 아래 경기도청 벚나무 개화시기도 4월1일로 예측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잎이 나오기 전 수줍은 분홍색 꽃잎을 먼저 내민다 해서 ‘잎꽃’이라 불리는 벛꽃은 현재 우리나라에 13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에 으뜸은 단연 왕벚꽃이다.

제주도가 본향으로 세계 유일 제주자생 특산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꽃의 모양과 색이 화려해 우리 국민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왕벚나무는 일본이 국화(國花)로 대접하는 벚꽃의 조상격이어서 자존감마저 높여주고 있다.

이런 왕벚꽃나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08년 4월이다.

당시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타케 신부에 의해서다.

1962년 국제 식물학계에서 원산지임도 확인 받았다.

물론 그동안 왕벚꽃을 국화로 삼고 있는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오랜 시간 원산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본이 왕벚나무의 자생지와 기원이 ‘이즈의 오오시마 섬 자생설’ ‘이즈반도 발생설’ 등을 내세워 ‘제주도 자생설’을 부인하고 자신들이 원조임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지난 1962년, 일본 내 세 곳을 제외한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국제 식물학계에서 공식 원산지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사실마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중국이 벚꽃나무는 당나라 때 일본으로 건너간 나무라 발표하면서 원산지 논쟁이 재점화 되기도 했다.

왕벚꽃나무를 두고 벌인 원산지 논쟁은 결국 지난 2017년 확실히 막을 내렸다.

그해 5월 제주 봉개동 개오름 남동쪽 사면에서 수령 265년 된 왕벚나무가 발견된 것이다.

나무의 높이는 15.5m, 밑동 둘레는 4.49m나 돼 지금까지 알려진 왕벚꽃나무 중에서 최대 크기다.

이 나무의 나이는 목편을 추출·분석해 추정했다.

유전자 분석결과도 자생 왕벚나무가 확실했다.

벚꽃을 둘러싼 한·중·일 원산지 논쟁을 55여년 만에 다시 종식시키는 쾌거이기도 했다.

아무튼 전국의 거리를 분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이는 벚꽃의 계절이 다가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낙화와 함께 이 또한 지나갈 것이 분명하다.

흔히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아마 아름답게 펴 사랑받지만 지는 것은 순간이고 쓸쓸함 그 자체여서일 게다.

그래서 그런가. 예부터 꽃이 피고 지는 일련의 과정을 권좌에 오르고 내려올 때를 빗대서도 곧잘 인용됐다.

시인 이형기가 ‘낙화’에서 읊은 것처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

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落花)/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

을 흔들며ㆍㆍㆍ(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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