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인 3월 하순부터 날씨가 풀려 새 물이 흐르고 이때쯤 황하의 물이 가장 맑아 이름 붙여졌다는 청명(淸明).

옛 선인들은 청명부터 곡우까지 보름 동안을 진정한 봄이라 여겼다.

중국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반가운 봄을 청명에 빗대 이렇게 읊었다.

“청명 절기에 빗발 흩뿌리니(淸明時節雨紛紛:청명시절우분분)/길 가는 행인은 정신이 아뜩하다(路上行人欲斷魂:노상행인욕단혼)/술집이 어디에 있느냐 물었더니(借問酒家何處有:차문주가하처유)/목동이 저 멀리 살구마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

제목도 ‘청명(淸明)’이다. 절기임을 설명치 않아도 봄의 향취가 물씬 풍겨난다.

절기 청명과 동행하는 세시풍속이 있다. 한식(寒食)이다.

두 날은 하루사이로 항상 붙어 다닌다.

음력으로 날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루 정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거나 한날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두 날을 메우 소중히 여겼다.

농사의 시작점이며 조상의 묘를  손보는 시기로 여거서다.

내일(5일)은 청명이고 모레(6일)는 한식이다.

‘청명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듯 나무 또한 이 시기에 제일 많이 심었다.

오늘날 식목일이 정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청명과 한식을 즈음해 부르는 '나무타령'이란 민요도 그래서 생겼다.

구전(口傳)되는 민요지만 노랫말이 재밌어 지금도 곧잘 불린다.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절반 오리나무/열의 갑절 스무나무/대낮에도 밤나무/방귀 뽕뽕 뽕나무/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거짓 없어 참나무/그렇다고 치자나무/칼로 베어 피나무/입 맞춘다 쪽 나무/너 하구 나 하구 살구나무/갓난 애기 자작나무/앵돌아져 앵두나무/동지섣달 사시나무/바람 솔솔 솔 나무(생략)"

나무에 대한 애착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시기가 되면 산불 또한 빈번하다.

오랜 시간 공들여 심고 가꾼 나무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아픔을 주면서. 

산림청의 통계에 의하면 연중 피해액의 89%가 집중된다고 한다.

대형 산불 역시 이때 발생한다.

건조한 자연환경 탓도 있지만 대부분 성묘하는 사람들의 부주의가 원인이다.

강원 경북의 대형 산불로 마음 조렸던 얼마 전의 기억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강조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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