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중국 전한때 학자 유향(劉向)이 설파한 육정육사(六正六邪)라는 격언이 있다.

신하의 행실에 따라 됨됨이와 역할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지금도 정부와 기업등 조직내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다.

말 그대로 육정(六正)은 여섯 종류의 바른 신하, 육사(六邪)는 여섯 종류의 사악한 신하를 뜻한다.

'미래를 예측해 군주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하는 성신(聖臣)', '좋은 계책으로 진언하고 보필하며  옳은 길로 가도록 하는 양신(良臣)', '훌룡하고 어진 사람을 적극 추천하는 충신(忠臣)', '일처리를 잘해 군주를 편안하게 하는 지신(智臣)', '원칙과 법을 존중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정신(貞臣)', '군주의 잘못을 면전에서 말하는 직신(直臣')이 육정이다.

반면 '녹을 탐하고 지위에 안주하는 구신(具臣)', '아첨을 일삼는 유신(諛臣)', '겉과 속이 달라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奸臣)', '간사한 꾀로 조정에 피해를 주는 참신(讒臣)',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는 적신(賊臣)', '군주의 눈을 가려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이 육사다.

고려 성종 때 문신 김심언(金審言)은 이같은 육정육사를 왕에게  정책수행 지침으로 삼아달라는 상소를 올렸다.

성종은 이를 받아들이고 모든 관청의 벽에 육정육사 내용이 담긴 글을 걸도록 했다.

아울러 신하들에게  매일매일 숙지토록함과 동시에  마음에 새기도록 했다고 한다.

비록 육정육사는 아니지만 현대에도 고위 관료를 위한 비슷한 지침이 있다.

2002년 정부의 중앙인사위원이 내놓은 ‘장관의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지침서’가 그것이다.

이른바 '장관메뉴얼'이라 부르는 지침서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 있다.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부터 지명된 후 청문회, 부임 후 1주일 퇴임 후에 이르기까지 장관이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사항과 처신법, 심지어 기자 상대 요령까지 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천재지변도 장관의 책임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큰 수해가 나도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 “보통 사람과 같아선 안 된다. 밤잠도 자지 않고 일해야 한다” 등도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지침들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직에 오르면 바르고 책임감있게 행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일부 장관 진용이 갖춰졌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관료들이 새롭게 진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주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물러날 때까지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초지일관, 정육(正六)으로 남는 관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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