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맹순 씨는 권선구 호매실GS아파트에 사는 올해 81세 된 할머니다. 평범한 ‘동네 할머니’였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와 아파트 인근 텃밭의 새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호매실도서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전시회엔 다양한 종류의 새 그림, 자녀·손주에게 선물한 새 그림 등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는 2020년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탐조 활동을 시작한 이래 47종 200여 점의 새 그림을 그렸다. 놀라운 것은 국내 처음으로 '아파트 새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림솜씨는 다소 투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겹고 호감이 간다.

정씨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파트 새 지도를 만들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현재 사는 호매실GS아파트 주변에 황구지천과 논이 있는데 곧 개발이 될 거라는 말을 들은 후 변화를 겪게 될 새들이 걱정됐고 그에 대비해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림처럼 마음 역시 따듯하다.

그는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은 후 딸이 선물한 노트·볼펜·색연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텃밭의 작물들을 그리다가 이후 새들을 그리게 됐다. 손자의 생일에 오목눈이를 그려 선물로 줬는데 그 때 선물을 손자가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더욱 용기를 얻었으리라.

수원시 호매실도서관은 새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맹순씨네 아파트에 온 새들’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회에서는 새 그림 뿐 만 아니라 호매실GS아파트 단지에서 탐조 활동을 하며 제작한 ‘아파트 새 지도’, ‘탐조 기록 노트’ 등도 볼 수 있다. 또 지난 17일 오전엔 호매실GS아파트 단지 일원에서 탐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정 씨의 딸로서 탐조책방 대표·생태문화기획자인 박임자 씨와 함께 아파트 단지 내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탐조 활동을 실시했다.

딸은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탐조활동을 한 이야기와 그림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맹순씨네 텃밭에 온 새들’을 보면서 자연에 애정을 쏟고 있는 정맹순 씨는 물론, 그런 정씨를 알아본 호매실도서관 관계자들의 안목을 칭찬하고 싶다. 이런 것이 동네 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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