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은 경험이 있는 외로움.

보편적 증상이지만 공공보건분야의 중요의제로 다룬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가 우울증, 고독, 분노 같은 마음의 질병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면서부터다.

덕분에 지금은 나라마다 관심이 높다. 덩달아 사회적 대책 마련이라는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고독과 맞서는 나라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엔 없는 ‘외로움부(部)(Ministry of Loneliness)'도 그래서 생겼다.

2018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 국민들은 개인의 고독과 고립 문제를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발족하자마자 외로움을 사회적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의 유대감을 높여줄 정책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30%인 600만명에 이르고 고독사율이 OECD국가중 최상위인 우리로선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의 고독사 문제는 심각하다.

홀로 죽음을 맞는 숫자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3488명에 달한다.

2012년 1025명에서 불과 10년도 안돼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치만이 아니다.

노인층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중년층과 청년층까지 고독사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0대 이하 무연고 사망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40대와 50대까지 포함하면 무연고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연고 사망자 즉,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 통계를 통해 대략 추산한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몸숨을 잃은 취약계층과 청년들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나서다.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청년 고독사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 가정의 붕괴, 개인주의의 확산, 사회안전망 부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빈곤과 우울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결혼이 줄어들고 이혼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낯설지 않은 죽음의 형태가 되어버린 고독사.

얼마전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법은 시행됐는데 지자체마다 시책마련은 게 걸음이다.

관련 예산마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단절된 삶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각종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고독한 삶의 고통은 사회가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성이 회복되고 공동체의 복원도 이루어질 수 있다.

아울러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관리를 위한 더욱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국민적 참여도 절실하다.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 볼 때 고독사가 늘수록 정부에만 의존하는 관리 정책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사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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