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의 주식인 빵의 역사는 인류문명사만큼 오래됐다.

반면 우리는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한말 선교사들에 의해 소개되고 만들어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밀을 빻아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킨 후 숯불에 구워 먹던 '우랑떡'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숯불에 시루를 엎고 그 위에 빵 반죽을 올려 오이자배기로 뚜껑을 덮어 빵을 구워냈다.

이렇게 구워 낸 빵의 모양이 소의 고환을 닮았다 해서 우랑(牛囊)떡이라 불렀다는 것.

그렇다면 포르투갈어 파오(pão)에서 유래된 '빵'이란 이름은 언제 붙은 것일까?

1920년대로 추정한다. 이전엔 중국식 이름인 ‘면포(麵麭)’로 불렸다.

이후 한일합방이 되고 일본 제빵사들이 들어오면서 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빵집도 이 시기에 생겼다. 아울러 일본의 영향으로 화과자나 양과자 등 제과 디저트가 유입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제과업이 태동했다.

해방의 격변기를 거치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최고(最古)의  빵집은 전북 군산의 ‘이성당’이다.

1945년 창업해 77년째 내려오고 있다.

대전 ‘성심당’과 대구 ‘삼송빵집’도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빵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역사만큼 제빵 노하우를 간직하고 있어서다.

장수하면서 명성을 얻고있는 이런 동네 빵집을 비롯, 전국엔 지난해 기준 1만8500여 개의 빵집이 있다.

물론 기업형 프랜차이즈 빵집도 포함된다.

연간 국민 1인당 소비량이 85g 단팥빵 기준 100개에 달 할 정도로 늘어난 '빵 사랑' 덕분이다.

시장규모도 4조4000억원이라니 '아침밥 대신 빵'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실감난다.

소비와 시장은 이처럼 성장했지만 정작 만들고 파는 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대부분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전문기술이 필요하고 영업시간이 긴 반면 이익률이 낮아서다.

중소벤처기업부 분석에 따르면 영업시간이 하루 12시간 이상인 곳이 전체의 56%나 된다.

빵 굽는 사람과 판매자가 동시에 필요해서 인건비도 많이 든다.

해서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평균 15%로, 22%인 커피전문점과 18%인 치킨집에도 못 미친다는것이 정설이다.

평소에도 이런 열악함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빵집들의 한숨이 요즘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각종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서다.

특히 밀가루와 식용유 등 주재료 11개 중 10개 값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똥이 튀어 많게는 두배이상 치솟아 더욱 그렇다.
 
그동안 착한가격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해온 동네 빵집의 시름과 눈물. 

그냥 보아 넘길 일 만은 아닐듯 싶다.

동네 빵집의 눈물 젖은 '빵'. 돌아보면 곧 우리 서민들이 겪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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