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설레게 하는 신록이 산천을 연초록으로 물들이는 계절이다.

팔달산 나무들도, 화성행궁 신풍루 앞 3정승 느티나무도 모두 나들이 나온 사람들처럼 산뜻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산책길에 본 행궁 광장의 모습은 유난히 밝았다. 완연한 봄기운이 온 세상이 충만한데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광장엔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부부들, 연인들, 안내 지도를 들고 돌아다니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광장 옆 공방거리나 이른바 ‘행궁둥이’라고 불리는 행궁동 안 신풍동 마을 일대도 젊은이들이 그득했다.

5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에 앞서 지난 토요일 오후 화성행궁 광장은 인파로 뒤덮였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수원시연등회보존위원회가 주최한 ‘2022 수원 연등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미 열흘 전부터 광장 입구엔 대형 석가탑 조형물이 들어서고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옆 그린터널에는 연꽃 모양의 연등 700여개가 밝혀져 밤을 평화롭게 밝혀주고 있었는데 이날 오후가 되자 각양각색의 대형연등들이 속속 도착했다.

불을 뿜어내는 거북선과 용, 화려한 꼬리깃을 펼치는 공작, 합장을 한 채 연신 고개를 숙이는 스님 형상 연등, 사천왕상과 부처님을 태운 코끼리 등 화려한 연등에 시민들은 감탄했고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형형색색의 연등들. (사진=김우영 필자)
형형색색의 연등들. (사진=김우영 필자)

“이 광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너무 좋다. 이런 행사가 다시 시작되니까 도시에 활기가 도네”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7시가 되자 행사가 시작됐다.

연등축제 공식 행사는 식전 길놀이와 공연을 시작으로 봉축법요식, 봉축문화제 등 순으로 진행됐다. 어, 모두 금과옥조 같은 말씀들이 이어졌지만 나 같은 필부(匹夫)에겐 다소 지루했던 의식이 끝나고 드디어 탑돌이가 시작됐다.

예전처럼 큰 길로 나가 행진을 하지는 못했지만 넓은 행궁광장의 대형 다보탑 모형을 중심으로 각 사찰별로 제작한 예쁜 연등을 들고 질서 있게 행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연등행진을 하는 불자들. (사진=김우영 필자)
연등행진을 하는 불자들. (사진=김우영 필자)

행진을 하는 불자나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정신과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연등을 하나 얻어오고 싶기는 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 다시 회수한다는 말에 욕심을 접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첫 대규모 대면 행사였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는 올해 행사의 부제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조금만 더 조심하면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문종 수원시 제2부시장의 축사가 기억난다. 2022 수원 연등축제가 ‘다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첫 축제’라고 했다. ‘연등의 빛이 우리 사회 곳곳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이라고 했던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옷가게를 하는 내 딸도, 식료픔 대리점을 하는 셋째아우도,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오는 막내아우도 코로나19 이후 큰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이 심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자들 틈에 섞여 탑돌이를 하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 세상에 가득 퍼져 아픈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도록 도와주시길 두 손 모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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