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회전 차량에 치어 다친 보행자수는 얼마나 될까? 

경찰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000명선에 육박하는 3963명이다. 꽤나 많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5년전 3200여명에서 25%이상 증가한 셈이니 보행자 불안도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여기엔 사망도 70여명 포함돼 더욱 그렇다. 대형차나 건설기계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도 특징이다.

경찰은 우회전 사고가 빈번하자 사각지대에서의 참변을 막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바퀴를 완전히 멈춰야 하는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는 차량이 대상이다.

하지만 보름 가까이 지난 현재 운전자들은 적용 법규의 숙지와 이행을 놓고 여전히 헷갈려 하고 있다.

'사실 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는 운전자도 많다.

이렇다 보니 우회전 도로마다 혼잡이 가중되고 단속으로 인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블랙박스와 촬영영상으로 신고한 위반 내용의 경우 억울함을 증명하기도 어려워 운전자의 애로는 가중되고 있다.

덩달아 부과되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승합차 7만원, 벌점 10점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도 부쩍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때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아 빚어지는 일이라 지적한다.

단속경찰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려는 경우' '운전자에게 손을 드는 등 횡단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차도를 두리번거리거나 횡단보도를 향해 뛰어오는 경우' 등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의사가 표출됐을 때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단속된다는 지침을 밝히고 있으나 정작 증명하려면 애매하다.

그래서 이를 두고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법규라는 지적도 한다.
 
때문에 단속 현장에선 사람이 보였는지 안 보였는지, 일시정지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놓고 시비가 잦다.

이처럼 전국 도로에서의 혼란이 가중되자 우회전 신호기 설치, 대각선 횡단보도 등 보행자 친화적 신호 체계 구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우회전 운전자들의 주의 의무를 강조하고 단속은 서둘렀지만 정작 대안마련은 미미해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우회전 신호등’ 설치만 봐도 그렇다. 도로교통법상 내년부터 설치가 가능해서다.

그나마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범 설치'가 전제로 붙어 일부 지역은 '하세월'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예산도 전혀 확보 안되고 설치에 따른 비용을 놓고 지자체와 신경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참고로 우회전 전용 신호등 1개는 설치비와 재료비를 포함해 15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해 교통 범칙금으로 벌어들이는 정부의 수입이 900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당국의 처사만 기다릴 순 없는 일다. 조금 불편해도 사고를 줄이는 건 모두의 의무이며 '우회전'은 시민 안전과 생명이 연계돼 있어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행자를 배려한 운전자의 '조심 조심'하는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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