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로 서울과 경기도 곳곳이 물에 잠겼다. 특히 지하·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서울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또 다른 기초생활수급자 1명이 숨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에 경기도가 ‘건축법 개정안’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미 도는 지난해 3월 말 국토부 측에 주택 거실(주거 공간)을 지하에 두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반영이 안 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 촉구 공문을 다시 보낼 예정이다. 경기도가 반지하 주택 건축을 금지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는 국토부 장관도 안전 취약가구 침수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강하게 지시한 만큼 정부 측에서도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생각난다. 일가족 3명 사망 참사 등 피해가 컸던 서울시도 앞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를 없애기로 했다. 주거용 건축허가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 지하·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을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규정하고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건축법 개정을 협의하고, 법 개정 이전에 건축허가 시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건의하는 것은 집중호우 때마다 지하·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도내 반지하 주택은 8만7914세대이다. 가장 많은 곳은 부천시로 1만5210세대이며 수원시 (1만3727), 성남(1만2139), 안양(96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용인(5618), 군포(5001), 고양(4366), 시흥(3947), 광주(3361), 안산(2927), 광명(2673), 하남(1097) 등에도 반지하주택이 적지 않았다. 반지하주택은 2018년 9만6009세대, 2019년 9만3023세대, 2020년 9만912세대, 2021년 8만8938세대 등 매년 감소하고 있기는 하다. 이는 각 지방 정부들이 신규 건축 허가 심의를 강화하고 자연 멸실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앞서 선결돼야할 일이 있다. 반지하 주택에서 나온 저소득 주민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들은 고시원이나 쪽방, 그도 아니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나 지방정부차원에서 저렴한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어둡고 축축하며 곰팡이가 피어나고 비위생적인, 게다가 폭우의 위험에도 노출된 반지하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할 수없이 그곳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땅위 보다 전·월세가 싸기 때문이다.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 퇴출에 앞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우선 수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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