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관한 우스갯 소리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그림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거울 앞에 선다/ 배 부분의 그림에서 입체감이 느껴지면 비만이다/ 자신의 뺨을 세게 쳐본다/ 찰싹 소리 대신 철퍼덕 소리가 나면 비만이다/ 우향우를 했을 때 몸통 돌아가는 시간과 뱃살 · 엉덩잇살 돌아가는 시간을 재본다/ 차이가 나면 비만이다"

15년도 더 된 '비만 측정법'이란 유머다. 그러나 지금도 유효하다. 비만이 더 보편화되고 있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6년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만성적 질병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선언 반세기가 지난 현재 비만은 여전히 세계각국의 골치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비만 인구가 12억명으로 지구촌 5명 중 1명이 비만이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비만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2019년 한 해 동안 13조8528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수치가 매년 늘어났다는데 있다.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비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4조8000억원, 2015년 9조2000억원에 비해 손실 규모가 크게 늘었다.

심각성을 감지한 정부는 4년전 ‘국가 비만관리종합대책(2018~2022)’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효과가 신통찮다.

여전히 전체 비만 유병률이 2016년 35.5%에서 2020년 38.4%로 늘어나는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46.9%로, 여성의 29.9%보다 월등하다. 요 몇년사이 늘어난 ‘코로나 비만’까지 합치면 유병률은 훨씬 더 올라간다.

여기에 아동 비만까지 더하면 상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작년 우리의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12위였다. 이를 포함, 비만 환자가 해마다 40만명씩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학계 연구가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비만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도 판을 친다.

음모론이란 질병과 건강의 관계를 과대포장해서 불안을 조성하고 사회의 ‘어리석은 공포’를 빌미로 제약사와 의료계가 이득을 취하는 탐욕을 일컫는 용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고혈압 기준을 1900년대 초 ‘160, 100 이상’에서 1974년 ‘140, 90’으로 바꾸자 환자가 3배 늘었던 사례도 비슷하다.

2003년 ‘130~139, 85~89’로 더 낮춘 뒤엔 10배나 급증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어디로 갔는지는 설명치 않아도 자명하다. 일부에선 이를 '공포마케팅'으로 부르기도 한다.

시중에 수없이 나와있는 비만 관련약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음모론에 불과하고 의사 말을 잘들어 손해날 것은 없겠지만.

비만이 후천적이 아니라 유전 탓이라는 얘기도 있다. 현재까지 연구에서 유전인자로 발생하는 비만 확률이 30∼70% 정도로 알려져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환경 등 후천적 요인을 중시하는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린다. 식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심각해진 '비만'관리. 따라서 이제는 비만 교육 치료 등 예방의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비만의 원인제공은 당사자지만 관리의 의지를 키워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도 된다는 논리다. 비만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전혀 타당성 없는 얘기도 아니다.

각종 비만이 일으키는 질환 수만 70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멈추지 않는 '비만의 역습'을  막기위해서도 서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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