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막 깨어나 앉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해 짓는 ‘멍~’한 표정.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듯한 표정을 우리는 아주 부정적으로 여겨 왔다. 

심지어 이런 사람을 빗대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고 해서 '흐리멍덩' 하다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더 심한 표현도 썼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디고 해 '어리벙벙' '멍청' 등등.

그러던 '멍'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과학계에서 긍정적인 연구를 계속한 결과다. 정신의학계에서는 ‘멍 때리는’ 일이야말로 뇌나 정신 건강에 매우 좋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고 있다.

'멍'을 때리면 오히려 창조성이 더 높아져 의외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다시말해 '멍'을 때리면 지나친 집착이나 불필요한 생각에서 풀려난 뇌가 새로운 발상을 해낸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진은 ‘멍'을 때리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놀라운 실험 결과도 내놔 호감을 사고 있다. 내용은 이랬다. 직장인 남녀에게 각각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주고 생소한 용어들을 15분 동안 검색하게 했다.

그리고 곧바로 30개 단어가 적힌 종이를 주고 1분 동안 외우게 한 뒤 얼마나 외웠는지 적게 했다. 다음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거두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이른바 멍 때리도록 부탁했다.

그 후 마찬가지 방법으로 곧바로 기억력을 측정해봤다는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적어낸 단어의 수가 심각한 생각을 하고 난 뒤보다 남녀 모두 4개씩 많았다고 한다. '멍'을 때리며 좀 쉬고 난 다음에는 약간 머리가 비워진 느낌이 커 첫 번째보다는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일부 정신의학문의들은 시간 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멍’을 때리라고 제언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넋을 놓고 앉아있는 순간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며 오히려 머리가 휴식하고 생각을 재정비하는 창조의 시간이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뇌에 관해 이것저것 많은 것이 들어 온다. 하지만 뇌는 이를 모두 저장하지 앟는다. 뇌는 휴식을 통해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과정은 인간의 뇌가 휴식을 취할 때 이루어진다고도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정보와 경험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돼 새로운 기억들이 자리할 여지가 적어진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이럴 때 평소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듯, 스트레스에 찌든 뇌를 이완시키려면 같은 방법으로 뇌를 스트레칭시켜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멍' 때리기라는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매일 아침 멍하니 앉아 하루를 시작하고,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도 멍 때리며 산책을 자주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석을 앞둔 오는 9월 4일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좀 색다른 행사가 열린다. 코로나로 맘췄던  '멍때리기 대회'가 3년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대회에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

덩달아 지난 24일 조기 마감했다.신청인원은 총 3800명이다. 당초 대회 선수는 50팀을 모집하며 1팀당 최대 3명이 함께 참가할 수 있도록 계획했으나 사람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접수를 마감한 것이다.

비록 대회에는 참여 하지 못해도 오늘부터라도 가끔 한번씩 ‘멍’을 때려 보자. 혹시 그 과정에서 요즘같은 험한 세상을 이겨나갈 묘책과 묘수가 떠오를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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