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 위즈 경기가 열린 KT 위즈파크.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 KT 위즈 경기가 열린 KT 위즈파크. (사진=김우영 필자)

내가 사랑하는 프로야구팀은 수원 KT 위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좋다. ‘야구천재’지만 스트라이크를 당할 때 몸이 팽이처럼 돌아가 웃음을 주는 강백호, 악바리 같은 근성의 조용호를 비롯, 투혼을 불살라 우승을 이끈 박경수, 소형준, 고영표, 황재균, 배정대, 유한준의 팬임을 자부한다.

특히 유한준을 좋아했다. 유한준은 수원 유신고 출신으로 지난해 KT의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으나 직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월부터 구단 프런트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다.

내가 유한준을 좋아한 것은 야구를 잘하기도 했지만 인성이 훌륭하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은퇴가 아쉬웠다. 하지만 앞으로 그가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그 빈자리를 박병호가 메웠기에 서운함을 접었다.

박병호 역시 내가 좋아하는 선수다. 박병호가 키움 히어로즈에 있었을 때 이정후와 함께 우리 수원의 KT 위즈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그런데 정말로 박병호가 온 것이다.

그리고 나와 수원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팀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부터 KT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 7월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20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은 KBO리그 최초 9년 연속 20홈런이었다. KT는 박병호의 대기록을 기념해 순금 배트가 포함된 트로피를 제작해 선물했으며 수원 지역 6개 학교에 야구 용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19일 현재 32개로써 2위와는 큰 차이가 난다. 요즘 박병호의 홈런이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올해 홈런왕 트로피를 예약해 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40홈런은 넘기지 않을까? 국내 타자가 40홈런이상 기록한 것은 2018년(김재환 44개, 박병호 43개, 한유섬 41개)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올해는 박병호가 다시 40홀런에 진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내 선수 MVP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8월 3일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박병호 선수. (사진=KT 위즈 홈페이지)
8월 3일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박병호 선수. (사진=KT 위즈 홈페이지)

박병호를 응원하는 것은 야구를 잘하는데다 인성까지 좋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병호는 최근 그라운드 관리 직원들에게 방수기능이 있는 신발을 선물했다. 직원뿐만 아니라 지원 파트 일용직,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챙겼다고 한다.

경기가 우천으로 중단됐을 때 직원들이 온몸이 젖은 채로 땅을 정리하는 장면을 보고 감사함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도 뒤에서 지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프런트, 경호, 응원, 미화, 경비 등 구단 임직원들에게 피자 80판을 돌린 바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은 일도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한 악플러가 박병호에게 ‘국거품’(국민 거품)이라는 악의적 수식어를 붙이며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넥센 구단은 악플러를 고소할 계획도 있었지만 박병호 자신이 원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악플러에게 예의를 갖춘 쪽지까지 보냈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저 또한 실력을 인정하고 아쉬운 해였기에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항상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대인배다!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이를 상대로 이런 평정심을 발휘할 수 있다니.

박병호 사인볼.
박병호 사인볼.

인성에 더해 철저한 자기관리능력까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그가 동료와 후배들의 본보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팬심도 뜨겁다. 수원 KT 위즈 행이 결정되자 키움 팬들은 박병호를 잡지 못한 구단 운영에 항의 하며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는 소식도 들었다.

KBO리그에서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인성에 더해 철저한 자기관리능력까지 높은 점수를 받는다. 1군에 올라왔다 2군으로 내려가는 유망주들에게 장비까지 챙겨주며 격려하는 든든한 선배 역할로 선수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가 됐다.

“모난 데 없고, 말 한마디를 해도 상대의 기분까지 배려하는 인성이 참 좋은 선수”란 평가를 받는 박병호가 오래도록 수원에 남아 한국 야구사의 대기록을 남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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