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만큼 종류가 많은 의식(儀式)도 없다.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나라별 복잡한 전통이 혼합돼 있어서다.

부르는 명칭도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영원히 이별한다는 뜻의 '영결식'(永訣式)이나 작별을 고한다는 '고별식'(告別式)은 기본이고, 장례방식의 성격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중 가장 격식이 높은 장례식은 국가장(國家葬)이다. 국가원수 또는 국가에 헌신해 순국한 위인들을 추모하는 장례식을 일컫는 이름이다.

국가장은 세부적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치뤄지는 국장(國葬)과 모든 국민들의 이름으로 치뤄지는 국민장(國民葬)이 있었으나 둘을 통합, 국가장으로 부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장, 김구 주석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장,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가장으로 각각 장례식을 치뤘다.

이같은 장례식은 추모기간도 길어 7~9일까지다.

사회 유명인사를 추모하는 사회장(社會葬)도 있다. 국가장처럼 정부에서 관여는 하지 않지만 통상 공로훈장이 추서된다.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 장례식이 정부수립 이후 최초 사회장으로 치뤄졌다.

이밖에도 많다. 시민장, 국회장, 회사장부터 학교장, 영화인장, 체육인장, 합동 장례식까지 주최에 따라 수많은 장례식 이름이 붙는다.

거기에 가장 보편적 장례의식으로 통하는 가족 및 친족 중심으로 거행되는 가족장((家族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미리 하는 장례식도 있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슈카쓰(終活), 즉 생전 장례식이 그것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일본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령자가 늘고, '고독사'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슈카쓰가 ‘인생의 마무리 활동’을 의미하는 말처럼 장례식 내용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돼있다.

죽음에 대비해 연명치료 여부나 장례절차, 지인에게 전할 편지 등을 기록하는 엔딩노트도 한 예다.

인터넷에 자신의 인생사를 정리한 홈페이지 꾸미기, 사망 후 메일과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가족 등 지인에게 보낼 동영상 제작 등도 있다.

생전에 이처럼 장례식을 치루고 죽음을 준비한 사람들은 사후에도 간소함이 이어진다고 한다.

3일장이라는 유교적 관습에서 탈피.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식대신 다양한 추모방식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같은 '작은 장례식'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정해진 절차와 의식에 따라 3일장을 치르는 기존 장례식과는 다르게 각종 의식을  생략한 채 애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문상객도 받지 않고, 가족만 모여 2일장을 치르며 수의나 음식도 없고, 발인식을 하지 않는 '조용함'이 특징이라고 한다.

대신 생전 고인과의 추억을 기리며 추모에 집중하면서 부고 또한 장례를 마친 후 알리기도 한다는 것. 세월과 코로나가 기존 장례문화까지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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