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원천 개울치기’ 행사 모습. (사진=김우영 필자)
'2022 수원천 개울치기’ 행사 모습. (사진=김우영 필자)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수원천 개울치기’ 행사를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아마도 내심 이 행사를 무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흉내에 불과한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인식이 있었던가.

그러다가 올해 9월 3일 수원천 개울치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김봉식 신임 수원문화원장의 열정에 박수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인근 지동 순대타운에 가서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과 순대국밥이나 한 그릇씩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행사는 많이 달랐다. 행사장엔 신명이 수원천을 타고 넘쳐흘렀다.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여 쾌청했다.

수원천 개울 안에서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나, 하천 밖 제방 또는 지동교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 모두 흥겨운 농악에 박수치며 호응하거나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축제가 따로 없었다. 이 흥은 행사가 끝난 뒤 점심식사 자리인 지동 순대타운까지 이어졌다.

내 편견은 깨졌다. 몇 가지 요소만 더 추가되면 수원천 개울치기는 앞으로 수원지역을 대표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이날 행사는 개회와 길놀이, 수원천 제사에 이어 “장마가 끝났으니 수원천 개울치기를 하여 통수가 원활하게 하라”는 어명에 따라 개울치기가 시작됐다.

풍물패를 앞세운 일꾼들이 현장으로 이동한 뒤 개울에 들어가 선소리에 맞춰 가래질을 시작함으로써 흥은 절정에 달했다.

이어 개울치기에서 나온 흙을 평평하게 다지는 달구질을 했다. 내 옆에 있던 김현광 수원문화재단 대표에게 어렸을 적 달구질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시골집 별채를 지을 때 동네 장정들이 큰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땅을 다지는 달구질을 했다는 것이다. 허긴 그도 조금 있으면 환갑이니 그 광경을 봤을 만 하다. 이런, 나만 나이 먹는 게 아니었구나.

이번 수원천 개울치기는 '제24회 경기도 민속예술제' 수원시 출품작이기도 하다. 이번 도 민속예술제는 한 지역에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시연을 하고 심사위원들이 지역으로 옮겨 다니면서 채점을 하는 방식이다.

식당에서 만난 김대진 경기도 문화원연합회장(성남문화원장)이 내 고등학교 11년 선배라는 것도 알게 됐다. 신기하게도 같은 태이블에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4명이 앉게 돼 서로 웃었다. 김 회장은 순댓국을 안주로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즐거워하는 행사 참가자들을 보며 “이게 진정한 축제가 아니겠습니까. 한곳에 모여서 하게 되면 이런 흥은 나지 않습니다. 그냥 행사에 지나지 않지요”라고 말했다. 수원천 개울치기가 이 지역의 마을축제로 변모할 수 있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됐다는 말에 우리는 모두 공감했다.

수원천 개울치기는 ‘화성성역의궤’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화성성역의궤에는 “매년 여름장마가 걷히면 반드시 개울을 쳐서 (물길을)소통시키는 것을 연중행사로 삼았다”고 기록돼 있다.

김봉식 수원문화원장은 “수원천 개울치기는 화성성역의궤 고증을 토대로 재연되며 정조시대 수원천의 악취 및 범람의 위험에서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했다. 매년 장마가 걷히면 반드시 개울을 쳐서 소통시키는 연중행사였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수원천을 후세에 물려주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행사의 뜻을 설명했다.

내 어릴 적 우리 동네의 도랑에 퇴적물이 쌓이면 동네사람들이 모두 나와 도랑을 치는 행사를 하곤 했다. 막걸리에 돼지고기가 안주로 나와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마을의 큰 우물고사 때는 소를 한 마리 잡아 마을 사람들이 나눴는데 고사를 지내기 전에 우물 안에 들어가 물을 모두 퍼내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기도 했다.

저녁 때 행사가 있어서 관계자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누지 못했지만 이날 개울치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마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구경 가는 나의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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