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불아여(歲不我與 : 시간이 덧없이 지나가 나를 기다리지 않음)처럼 어느덧 추석이 목전이다.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고향, 가족, 친척, 둥근달, 송편, 차례와 성묘, 한복, 선물, 그리움까지.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시인 이해인 수녀의 '달빛기도 한가위에'라는 시처럼  달빛에 관한 정겨움도 새록 되살아 난다.

한가위 하면 밝은 달과 송편은 언제나 주인공이었다. ’미당 서정주의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라는 시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점차 이러한 정겨운 풍경은 아스라한 옛적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어 아쉽다. 하지만, 추석의 달빛과 송편의 존재감은 여전히 건재함은 다행이다.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의 원래 이름은 ‘오려송편’이다. ‘오려’란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올벼를 뜻한다.

송편이란 이름은 떡 사이에 솔잎을 깔고 찐다는 의미로, 소나무 송(松)과 떡 병(餠)을 붙여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이를 알려고 하는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은 송편을 직접 만드는 가정도 없고 일상의 떡이 돼버린지 오래여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가 세상을 변화시켜 올 추석에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더불어 그동안 일터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달려온 모두가 환한 얼굴로 서로 ‘가족’이라는 존재감을 확인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분명하다.

해서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추석은 낼 모래인데 마음속 둥근달이 먼저 떴다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런 달이 마음속에서나마 구름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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