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투브 아이막 에르덴 솜 지역에 조성된 ‘수원시민의 숲’이 초목으로 푸르게 뒤덮여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현지 모습(사진=수원시)
몽골 투브 아이막 에르덴 솜 지역에 조성된 ‘수원시민의 숲’이 초목으로 푸르게 뒤덮여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현지 모습. (사진=수원시)

[수원일보=정준성 기자]  몽골은 초원지대가 끝없이 펼쳐지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초원지대는 강과 호수, 즉 물이 있는 곳에 한정된다.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은 거친 황무지다. 그리고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봄철 엄청난 황사가 발생하는 근원지로 변해 주변국들에게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바람을 타고 넘어와  우리나라 '대기의 질'을 형편없이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지구촌 환경 파괴의 결과물이며 인간이 만든 재앙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수원 시민들이 나섰다. 수원시와 몽골 정부가 협약을 맺고 '수원시민의 숲'조성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수원시와 수원시민들이 한 그루 한 그루씩 10년 동안 꾸준히 몽골사막에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사막화를 막고, 심은 나무가 주민의 삶에 보탬이 되고,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서다. 국제사회에서 조림사업의 성공모델로 꼽히는 '수원시민의 숲' 조성  과정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수원 시민의 숲' 몽골 사막화 막는 '희망의 숲'

지난 8월25~29일 수원시민으로 구성된 봉사단과 수원시 공직자 등 총 17명이 4박5일 일정으로 몽골 투브 아이막 에르덴 솜 지역을 방문했다. 참고로 행정 단위인 몽골말 ‘막’은 도(道)이고 ‘솜’은 군(郡)이다. 다시 표현 한다면 '튜브아이 도' '에르덴 군'을 이르는 말이다.

방문단에는 한국나무병원협회와 수원시도시숲연합회, 수원시생태조경협회 등에 소속된 나무와 숲 및 생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몽골을 찾은 까닭은 바로 수원시와 수원시민이 10여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조성한 ‘수원시민의 숲’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골 수원시민의 숲은 수원시와 시민들이 나무를 심고 가꾼 숲이다.

무려 10년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집약된 대장정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숲처럼 산 속에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것은 아니고, 100ha에 달하는 너른 평지에 키 작은 나무와 풀들이 뒤덮여 있는 초원이다. 

수원시민의 숲이 조성되기 전인 2010년 몽골 현지답사 당시 급격한 사막화로 황량했던 사업 대상지의 모습(사진=수원시)
수원시민의 숲이 조성되기 전인 2010년 몽골 현지답사 당시 급격한 사막화로 황량했던 사업 대상지의 모습. (사진=수원시)

초목으로 푸르게 덮인 현재의 모습과 달리 10년 전 이곳은 심각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후변화로 급격하게 초원이 파괴돼 유목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환경 난민으로 떠돌기도 했다.

‘환경수도’ 수원시는 사막화 방지와 국제적 환경 대응에 발맞추고자 이 곳에 10년간 꾸준히 총 104,000여주의 나무를 심었다. 

이번 현지 조사 결과, 수원시민의 숲에 심은 나무는 현재 54,000여주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생존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림구역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타민나무는 자연분주를 통해 식재 당시보다 최대 20% 가량 수량이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포플러의 경우 자연발아된 유목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업지 내 토양이 외곽 토양에 비해 습도가 높고 산도 역시 외부에 비해 평균치가 낮았다.

조림 사업 덕분에 오랜 기간 가축의 출입이 차단되고 수목 및 초본류가 활발하게 생장하면서 토양 상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10년이 길지 않았던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림 이야기

모래 바람 대신 푸른 초원의 변화를 가져온 몽골 수원시민의 숲의 태동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당시 환경수도를 꿈꾸던 수원시는 몽골의 심각한 사막화가 곧 수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민간협력 사업을 구상했다.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현지 답사를 통한 환경 조사도 진행했다. 이렇게 해마다 10ha씩 10년간 총 100ha의 면적에 나무를 심겠다는 목표가 수립됐다.

이듬해인 2011년부터는 조림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민이 사업 추진을 주도할 ‘휴먼몽골사업단’이 3월 창립됐으며, ‘수원시민 한 그루 나무심기 운동’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몽골 현지에서는 건조해진 모래땅에 나무를 심기 위해 튼튼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국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국제NGO 푸른아시아와 함께였다. 염소와 말 등 가축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한 울타리 작업도 병행했다.

지난 2011년 5월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을 위한 첫 식목행사가 진행돼 자원봉사자가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파고 있다.(사진=수원시)
지난 2011년 5월 몽골 수원시민의 숲 조성을 위한 첫 식목행사가 진행돼 자원봉사자가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파고 있다. (사진=수원시)

첫 식목행사는 2011년 5월26일이었다. 현지를 방문한 사업단과 수원지역 대학생 봉사자 등 총 42명이 구덩이를 파고 방풍림으로 쓰일 비술나무와 포플러, 버드나무 등을 심었다.

주민들의 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유실수도 함께 식재했다. 9월에는 현지 실태 조사단을 파견해 수목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이후 2012년에도 10,000여주의 나무를 심으며 관개시설과 전기설비 등 기반시설을 다진 수원시는 2013~2016년 4년간 매년 5월 대대적인 식목행사를 통해 20,000여주 이상의 나무를 심어 2016년 10만주 조림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수백여명의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조림 목표를 달성한 2017년도부터는 ‘수원시민의 숲’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나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관수 시설을 도입하고, 묘목장과 퇴비장도 설치해 조림지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갔다.

◇몽골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며 희망도 심었다

수원시와 시민들이 몽골에 만든 것은 단순한 초원이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적 관심과 노력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희망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100ha 규모의 수원시민의 숲은 500만㎡의 땅이 사막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직접적인 사막화 방지 효과 외에 몽골 내 다른 조림지 사업의 활성화와 성공률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 5월 10만 그루 식목 목표를 달성한 뒤 수원시와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수원시)
지난 2017년 5월 10만 그루 식목 목표를 달성한 뒤 수원시와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년간의 경험이 누적된 덕분에 기술력은 높이고 시행착오는 낮추며 몽골 사막화 방지 사업이 자리잡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몽골 정부 주도 하에 2030년까지 10억그루 나무심기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수원시민의 숲 사례는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비타민나무로 알려진 차차르간과 우흐린누드 등 열매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나무들이 77,000여주에 달해 주민들이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민의 숲을 관리하는 현지 인력 고용과 양묘장 운영을 통해 묘목을 판매하는 등 수입원이 다각화됐다.  수백여명의 수원시민들에게도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노력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조림 사업에 참여했던 대학생봉사단과 지속적인 참여를 해 온 시민들은 “사막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흘려 듣곤 했는데, 몽골에서 나무를 심으며 마음 속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심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6일  이재준 시장이 수원시를 예방한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몽골 환경부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수원시)
지난 9월 6일 이재준 시장(오른쪽)이 수원시를 예방한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몽골 환경부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수원시)

수원시와 몽골의 협력 관계도 이끌고 있다. 지난 5~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청정대기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강투무르 툽덴도르찌 몽골 환경부 차관은 지난 6일 오후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예방했다.

그는 수원시민의 숲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수원시의 노하우 전수 등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이재준 시장은  “몽골의 사막화를 막은 수원시민의 숲이 안착할 수 있도록 몽골 환경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며 “앞으로도 환경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사항이 있으면 잘 도와드리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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