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예측 방법이지만, 불황이 오면 여성들의 립스틱 구매가 늘어나고 치마길이가 미니로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수입이 줄어들어 저렴하게 외모를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그렇다고 해서 파생된 말이다.

한때 세계적 공통의 경기침체 가늠 잣대로 삼은 적도 있으나 지금은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에선 경기침체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는데 남성팬티 판매량을 참고하기도 한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지표중 하나다. 정식같은 이름도 있다.            

‘남성 속옷 매출 지표(Men’s Underwear Index)’ 즉 미 금융계가 자주 쓰는 'MUI'가 그것이다.

특정기관의 공식적 견해 또한 아니며 단순히 남성 속옷이 이전보다 잘 팔리는지 아닌지를 보면서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립스틱, 치마와 같은 속설 지표 모델중 하나다. 

하지만 비교적 정확하다고 해 지금도 미국 중앙은행은 비공식 판단근거로 활용 중이다.

그래서 미 월가에서는 지금도 불황을 예측하기전 "경기 침체가 언제쯤 끝날지 알고 싶다면 미국 남성의 속옷 서랍을 열어봐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 한다.

경제지표에 남성팬티 얘기를 접목시킨 것은 지난 2008년 워싱턴 포스트지가 처음이다.

미국 중산층 가정 속옷 서랍을 열었을 때 새로운 팬티가 몇 장 눈에 띈다면 경기 침체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의장의 흥미로운 이론을 소개한 것이 시초다.

그의 이론은 이랬다. 남성 속옷은 가격의 높고낮음에 관계 없이 매출이 일정,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생필품이다.

그러나 심각한 침체 조짐이 있으면 갑자기 매출이 떨어지는 독특한 품목이다.

구조 조정 바람이 불거나 수입이 줄면 통상 가장인 남성들이 가장 먼저 소비를 중단하는 게 속옷이라는 논리다. 립스틱과 짦은 치마 수요와 정반대라는 논리와 같은 셈이다.

앨런 그린스펀은 과거 미 연준 의장 시절 이론 뿐 아니라 실제 '남성 속옷 매출 지표'를 도입해 금리 결정에 참고하도록 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요즘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서 '남성팬티'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일부에서 잇단 금리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미 연준이 엊그제 "남성속옷 매출이 줄지 않아 아직 경기침체가 아니다"며 금리인상 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 현지 금융계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계까지 '남성팬티' 지표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심각한 침체 조짐이 있으면 갑자기 매출이 떨어지는 독특한 품목이 여러 사람 웃고 울리는게 요즘 세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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