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무척 괴로우실 것 같아요. ‘무너지는 교단’ ‘교실은 공포 공간’ ‘교단에 드러누워서 촬영하고 웃통까지 훌러덩’ ‘선생님에게 침 뱉고 폭행까지’ ‘교권 침해 보험 드는 선생님들’…

기사들을 살펴봤어요. 7년 전 경기 이천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출석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결석처리를 하자 학생이 빗자루로 교사를 때리고 침을 뱉은 일, 얼마 전 충남 어느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수업 중에 교단에 드러누워서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된 일…

한국교총은 61%의 교사가 날마다 학생들의 수업 방해나 욕설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담임에게 “인간쓰레기” “대머리 XX”라고 대놓고 욕도 하더라는 제보도 있습니다.

한 방송은, 하필이면 한 개그맨이 예부터 스승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해서 스승을 너무나 존경하던 자신은 학교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고 한 우스개(!)를 소개하고 요즘 스승을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고 따르는 제자가 얼마나 될지, 자녀에게 학창시절에 배운 대로 가르치는 부모는 얼마나 될지 물었습니다. 씁쓸하지만 별 탈 없이 지내고 싶으면 ‘그저 못 본 체하는 게 상책’이라는 게 결론이라고 했습니다.

그게 보도의 전부라면 무책임한 건 아닐까요?

이 나라에선 ‘선생님’이란 존칭이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흔해빠진 것이긴 하지만 이런 보도에서는 교사를 깍듯이 ‘선생님’으로 부릅니다. ‘공교육 붕괴의 참담한 현장’ 고발에는 효과적이겠지만 왠지 선정성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꼭 ‘스승의 그림자’까지 언급했어야 할까요? 오늘날 이 얘기에 감명받을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기나 할까요? 수십 년 전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구타를 당한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 얘기를 하면서 그때는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었는데 요즘은 교실이 교사들에게 공포 공간이 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교실이 학생들의 공포 공간으로 남아 있었어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그건 차라리 비웃음을 사기에 좋은 얘기 아닐까요? 알면서도 그 얘기를 꺼내는 건 학생들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책임하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요? 혹 선생님들의 끝없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일들 아닐까요?

‘교권침해보험특약’에 가입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행정적 대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어쩔 수 없지 않겠어요? 오죽 답답하면 그런 보험에라도 들어둘까 싶었겠어요. 그렇게 개인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교원단체에서는 ‘학생생활지도법’ ‘교원지위법 개정안’ ‘교권침해방지법률안’의 발의를 들어 학생 징계· 지도에 대한 법적 권리가 확보되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처럼 설명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엄정한 법규 집행은 필수적인 대응이지만 학교폭력에 관한 교육부의 분명한 징계 지침은 지금 학폭을 잘 예방하고 있을까요? 학생부에 징계 사실이 기재되는 걸 막는 전문 로펌 이야기는 왜 나옵니까?

교권침해 현장의 대처는 왜 미흡하거나 미온적이라고 할까요? 그 대처에 대한 행정기관의 책임 소재 파악이 단호하지 않다면 누가 애써 개입할까요? 교육부·교육청에서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어렵더라도 수업시간을 채워 대입수능시험만 치르면 그만일까요?

선생님들이 할 줄 아는 게 ‘진도빼기’뿐이면 교사는 초라한 직업에 지나지 않겠지요. 개별지도를 해주는 학원 강사를 더 존경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요. 부산의 한 고등학생이 말했잖아요. “선생님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 잠을 잤다가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싸웠습니다. 계급장 떼고 XXXX 싶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별로 안 좋은 선생님들은 그런 대우를 받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 역할이 바뀌어야 하겠지요. 지난 세기에 이미 예측하고 강조했으면서도 방치했지요.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안내자·조력자·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값진 길이 아닐까요? 선생님들은 지금 누군가 그렇게 바꿔주기를 고대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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