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역 유통업계의 생존경쟁이 막올랐다. 수원역 KCC 공장부지에 롯데쇼핑이 대형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데다 폐점전환중인 옛 밀리오레자리에 쇼핑몰이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동탄과 광교 등에 유명백화점 및 대형쇼핑센터들이 줄줄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체 과잉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재래시장과 소규모 동네 상권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상권 붕괴설까지 나돌고 있다.

▲ 인계동 쪽에만해도 갤러리아 백화점과 홈플러스 동수원점, 뉴코아 아울렛 등 대형유통시설이 밀집돼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유통업계 이미 포화상태

현재 수원지역에는 애경, 갤러리아, 그랜드 등 대형 백화점 3곳과 이마트 및 홈플러스 등 할인점 11곳 등 대형유통업체만 14곳에 이른다. 인구 20~30만 명당 하나 꼴인 백화점과 10~15만 명당 대형 할인점 한 곳이 적정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한다면 인구 108만의 수원시는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 과포화상태다.

여기에 최근 수원역 서쪽 서둔동 KCC 공장 부지에 롯데쇼핑이 대형복합쇼핑몰의 개발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임차계약도 마쳤다. 연면적 31만㎡(9만5000평) 규모의 KCC부지에 계열사의 백화점·대형마트·영화관 등과 함께 어린이용 테마공원, 게임관련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또 망포동 방죽역사 맞은 편 쪽으로 신세계 계열의 이마트가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점 후 새로운 쇼핑몰을 추진하고 있는 옛 밀리오레 자리에 내년 초 패션중심의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소문에서 부터 신세계백화점이 명품관을 차린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수원시를 동서축으로 애경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이 양분해왔던 지역 상권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 유통대전 막오른다

이제는 수원지역내 유통업체간 피터지는 전쟁이 아니다. 수원 인근 용인 및 동탄신도시에 입점한 업체들과 고객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죽전점에 수도권 남부 일대 백화점에선 처음으로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루이비통 매장을 열었다. 기존의 페라가모, 구찌 매장 등을 더해 이 일대 중상위 계층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수원의 부촌으로 알려진 영통지역과 인접해 있어 상권 이탈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이후 분당선 연장 및 신분당선 연장구간이 일정구간 개통되면 상권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영통지역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동탄신도시도 신세계가 이마트 동탄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12년 이후면 인구 10만명 이상의 광교신도시도 들어선다. 이미 유통업체들은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입점을 추진하는 백화점 등은 영통지역의 부유층을 주 고객층으로 흡수해 광범위한 상권을 형성하겠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도시에 유입되는 인구가 구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백화점의 경우 주변 부유층들을 유치하는 것이 매출신장에 효과적”이라며 “이들에 대한 마케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유통업체들도 타지 고객들에게 정기주차권 및 가전·가구 쿠폰, 사은품 증정 등 유치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등 지역간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 팔달문 중심상권에 있는 영동시장 내부전경.

●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대형유통업체들의 밥그릇 싸움이 불가피하다. 자칫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치닫을 수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간 경쟁뿐 아니라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재래시장과 동네 소규모 상권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수원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상인 팔달문 시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재래시장이 15곳이나 된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경기남부지사에 등록된 동네 슈퍼마켓은 350여곳. 미등록 업체를 포함하면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동시장 한 상인은 “60평생 시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옷장사하며 굴러먹었는데 단돈 100만원도 손에 쥔 것이 없다”며 “임대료내고 각종 세금내면 70만원 남짓한 돈이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경기남부지사 한 관계자는 “다달이 월세도 못내는 점포가 늘고 있다”며 “대형할인점이 동네마다 하나씩 들어선 것과 진배없어 껌 한 통을 사더라도 할인점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이들 재래시장과 소규모 슈퍼마켓 등에 대형유통업체의 과포화 현상은 그야말로 상권 붕괴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수원시가 앞장서 지역경재 살리기에 매달려도 지역경제의 위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재래시장별 특화전력을 모색하고 나름대로 살길을 구상해 봐도 대형유통업체의 바람을 잠재우기는 힘들다”며 “유통업체들의 과다경쟁으로 지역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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