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도심지역 주요 민원 유발 시설을 외곽지역으로 집단화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근시안적인 모호함을 보이고 있다. 이전 지역이 대단위 주거단지로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 내에 아파트와 건물이 고밀화를 이룰 곳에 버스공영차고지를 이전하겠다는 것이어서 집단민원이 불보듯 뻔하다.

개발은 해야 하고, 공간적 한계를 안아야 할 수원시의 입장에서는 그 이상 뚝 떨어진 외곽의 적합지를 찾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전 지역에서 유발할 민원에 철저한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시는 시내 곳곳에 산재한 버스 차고지를 외곽지역으로 집단화해 도심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버스노선의 합리화를 위해 4개 권역별 버스공영차고지를 설치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북부와 동부권은 조성사업을 마무리했으며 호매실동 서부권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곡반정동에 조성할 남부권 버스공영차고지(2만670㎡)는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으로 지난해 6월 잠시 보류했다가 주민들과 협의 끝에 사업을 재개한 곳이다.

시는 사업을 재개하는 대신 소음과 배기가스 노출의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권선3지구 등 인근 주거지역에 방음벽을 설치하고, 10~15m 간격의 완충녹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주민들을 위한 공원과 체육시설 설치도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권선동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주변지역의 주차난과 악취 민원이 들끓자 곡반정동 14-2 일대 26만226㎡ 규모의 부지에 이전 조성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남부공영차고지 부지는 인접한 거리다.
급격하게 도심지로 변모하고 있는 곳에 두개의 집단민원시설을 몰아 놓은 것은 이 지역 주민들에겐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외곽지 이전이란 명분도 설득력이 없다.

오늘날 우리는 님비현상으로 시끄럽지 않은 지역을 찾기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간주해 해당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면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민원시설을 반대할 권리가 있고, 또한 주민 참여를 배제한 부실행정이 갈등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님비현상을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일방적일 수도 있다.

주거의 쾌적성이 훼손되고 집값이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민에게 수용을 강요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역사회를 위한 필수적 공공·공영시설을 포기할 수 없는 일이어서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진정한 대화와 설득 노력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성사된다.

그러나 시가 4개 권역으로 나눠 조성되는 버스공영차고지 중에 이번 남부공영차고지 지척에 농산물도매시장도 함께 조성한다면 예상되는 고밀도의 주거단지 민원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원시는 어차피 이전 계획이 결정된 사안이라면 주민과의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대로 불이익에 상응하는 시설을 확충해 갈등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통합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무조건 반대하는 지역 이기심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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