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파와 폭설에 이어 3월이 지나도록 봄소식이 늦어지는 이상기온 여파가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공공요금과 교육비 등이 줄줄이 올라 가뜩이나 찌든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식탁물가마저 연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식탁의 주 메뉴인 배추값이 치솟고 있다. 수원지역에선 최근 열흘새 12%나 올라 사상 최고가격을 경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식탁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손님들의 추가 주문에 난색해 하는 등 김치 인심이 흉흉해지고 있다고 한다. 명태와 갈치 등 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24일자 수원시 물가동향에 따르면 배추(1.5kg) 1포기 가격은 열흘 전인 지난 14일 대비 12%나 오른 385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1498원과 비교하면 무려 250% 이상 뛰었다.

구별로는 영통구의 배추값은 4381원으로 4개 구 가운데 가장 비쌌다. 지난 14일보다 31.17% 상승했으며 팔달구는 4116원으로 10.17% 올라 영통구에 근접했다. 장안구와 권선구는 3411, 3496원으로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생활물가란 일상 생활에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교통·교육 등만을 한데 묶어 물가 수준을 따지는 장바구니 물가를 가리킨다. 빈부 고하를 막론하고 경제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품목의 물가인 셈이다. 배추뿐 아니라 갈치와 명태 등 수산물도 오르고 있는 것은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장바구니 물가다.
오죽하면 최근 수원지역의 일부 배달 중국음식점에서는 아예 김치 제공을 중단하고 있으며 일반음식점에서도 김치를 추가로 요구하면 곤란해 하는 표정이다.

서민경제 차원에서는 고급사치품이나 내구재 등은 당장 경제적 생존과 무관하기 때문에 값이 올라도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활필수품 수요는 가격탄력성이 낮아 생활물가의 인상은 고스란히 서민 가계를 압박할 뿐 아니라,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자린고비처럼 살 수밖에 없는 서민에겐 하나같이 가뜩이나 얇은 지값을 텅텅 비우는 인상러시인 셈이다. 최근 등락을 반복하던 한우쇠고기(등심 600g 2등급) 가격인 3만8764원으로 14일 3만6078원 대비 7.44%가 올라 고기먹기를 단념할 판이다. 수산물도 고등어(30cm) 1마리 값은 3117원으로 14일 2997원보다 4% 올랐고, 과일류로는 사과와 배가 소폭 상승했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갈치와 명태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각각 150.4와 151.7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선식품의 인상요인은 폭설과 한파 등의 이상 기온 여파로 산지 출하가 크게 줄어 4월말 쯤 봄배추가 출하돼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올 것 같다.

아무튼 채소류는 그렇다 치고 생활물가 전반에 걸쳐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목표치가 지켜지고 있다는 낙관론만 펴고 있는 모양이다. 국제원자재 값 상승세로 공산품값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국은 유통체계 간소화로 산지와 소비자의 가격차 최소화 등 물가 대책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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