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할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성범죄 사건이 시민들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중학교에 갓 입학한 여학생이 성폭행 당한 뒤 숨졌다.

용산 초등생 살해, 안양 초등생 혜진·예슬양 피살, 조두순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도 전에 김길태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더욱이 최근 5년간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13세 미만의 성범죄 건수가 국가 전체의 42.4% 차지하고 있다는  경찰 집계는 수도권 주민들이 안고 있는 불안의 한 단면이다.

지난 2006년 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3살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발생건수는 모두 4414건에 달했다. 이 중 경기도가 982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 557건, 인천 311건 순이었다.

문제는 이 자료가 경찰에 접수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어린이들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찰의 설명이고 보면 경기도민의 우려는 더욱 큰 것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여러 대책을 내놓지만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아동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도입한 ‘아동 안전 지킴이 집’ 제도가 시행 2년이 다 되도록 홍보가 전혀 안돼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한다. 어린이 대상 범죄 사건만 터지면 안전대책이라고 내놓은 대표적인 졸속  제도다. 오죽하면 ‘지킴이 집 운영’을 뒷받침 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제대로 홍보가 될 리 없다.

지난 2008년 안양초등생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경찰청이 유치원, 초등학교, 놀이터 인근 편의점·문구점 등을 ‘아동 안전지킴이 집’으로 지정했다. 각종 범죄와 사고 등 위험에 처한 아동을 보호할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그러나 정작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지킴이 집’을 모르고 있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지킴이 집’인지 답답하다. 제도 시행 초기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통해 지킴이 집 제도 도입 취지와 가까운 지킴이 집의 위치를 학부모에게 알린 것이 전부다. 어린이 안전대책은 어린이들이 숙지할 때까지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찰은 용두사미 격으로 ‘지킴이 집’ 운영을 흐지부지 하고 만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관련된 대책들이 부랴부랴 내놓는 식의 형식적이고 일회성으로 그치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시행 초기에만 반짝행사로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다.

또 ‘지킴이 집’을 알리는 안내 문구도 이미 훼손된 지 오래다. 지킴이 집에는 이를 알리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와 입간판을 비치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훼손된 상태다.

지킴이 집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관련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고 보니 막상 위기에 처한 아동이 지킴이 집을 찾아도 보호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유일한 아동 범죄 예방 대책은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지마” 뿐이었다. 이래서는 시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어린이 안전대책을 보다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게끔 확실한 추진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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