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돕는 미소금융이 갈수록 외면 받고 있다. 수원지역에 문을 연 삼성미소금융재단이 문을 연 지 3개월이 넘었지만 방문 고객이 달이 갈수록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서민을 돕는 금융지원책이 빈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할 뿐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최초의 미소금융재단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미소금융재단은 개소 초 북적대던 고객은 간데 없이 4월 들어 하루 1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상담 문의 전화도 하루에 고작 20~30통이 전부다.

팔달시장 내 삼성미소금융 1호점과 권선동 본점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월에 45명이던 것이 2월에는 26명, 3월 17명, 4월 현재 9명으로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3월 한 달 수치가 1월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재까지 본점에서 수천명이 상담했으나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고작 60명뿐이며 대출 금액도 5억4000만원에 그쳤다. 아직까지 시행 초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넘길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미소금융이 요란했던 출발과는 달리 실적은 ‘낙제’인 셈이다.

미소금융은 저신용, 저소득 서민층에게 4.5%의 낮은 이자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줌으로써 자활의지를 뒷받침하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15일 문을 열었다.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며 서민들에겐 희망이 될 수 있는 제도다.

현실적으로 은행문이 높다보니 정작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낮은 신용도로 일반 은행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 서민 금융 역사에 획기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미소금융을 잔뜩 기대했던 서민들이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보증 무담보 소액대출)'를 표방한 미소금융은 정부의 핵심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고 창업자금을 대출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결국 대출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꿔야 하는 편법을 동원해야 할 판이다. 이렇듯 대출심사가 까다로운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창업 2년이 지나야 대출 신청이 가능한 것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조건이다. 따지고 보면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은행과 대출조건이 다를 바 없다보니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미소금융은 말 그대로 저신용자 무담보 대출인 만큼 통상적인 일반 금융 사업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출범 3개월 만에 ‘퇴출 금융’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퍼주기 지원이 될 수는 없고 ‘눈먼 돈’으로 이용할 사람을 선별해야 할 것이다. 보다 융통성 있게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서민이 미소짓는 미소금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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