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붕괴되면서 교직자의 권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엊그제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09년도 교권침해 실태를 보면 할 말을 잃게 한다.
학부모의 폭언, 폭행, 협박, 무고성 민원 등 부당행위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교과활동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당한 학생지도인데도 무조건 항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은 촌지’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
경기도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74건으로 전년보다 2건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237건의 31%를 차지,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경기도가 교권붕괴 현장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2005년 16건에 비교하면 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보고된 것만 집계한 수치여서 실상이 정확하지 않다. 상당수 교장과 교감은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이 걱정되고 학교 명예뿐 아니라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학교에서 없던 일로 덮어 버린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는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만화책을 보던 학생을 훈계하던 교사에게 고3 남학생이 화분으로 머리를 내리쳐 응급실에 후송되기도 했다.
교권침해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사고에서 빚어지는 자식 사랑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교사가 체험행사를 마친 후 다른 학교 친구를 학교 버스에 태우라며 욕설을 한 학생의 뺨을 때렸다고 학부모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했다.
때로는 학부모들이 공공연히 교무실을 찾아와 교사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담임 전보 또는 교체를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 몇몇 교사의 불법·부정 행위가 물의를 빚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교사는 수업의 질을 더욱 높이고 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데서 교사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훈육할 것이며, 교육에 대해 무슨 사명감을 가질 것인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교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교권은 교사들이 지위나 권위를 누리기 위한 게 아니다. 미래세대인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소한 공중도덕이나 윗사람을 존경할 줄 모르는 학생이 그냥 사회에 나간다면 사회질서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부당한 교권침해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교권 확립은 공교육 회생의 지름길이다. 교육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하지만 교권침해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기도 교권침해 사례가 매년 증가하면서 전국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경기교총의 분석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경기도 교권 회복이 시급하다. 이제라도 학생·학부모, 교사와 교육당국, 정치권은 교권 확립을 위해 함께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