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최대 8표…진땀 뺀 유권자

“한번에 4명씩 8명을 뽑잖아요. 그래서 쪽지에 적어 오느라 진땀 뺐습니다.”

수원시 영통구 매탄1동 4투표소가 설치된 동수원초등학교 앞에서 한 중년 남성이 적어온 쪽지를 확인하며 “평생 ‘컨닝페이퍼’를 써서 투표한 건 처음”이라고 웃었다. 후보자들을 일일이 외우기도 힘들어 전날 공보물을 펼쳐놓고 뽑고자 하는 후보 이름을 미리 적어온 것.

투표를 마치고 나온 남성은 “컨닝페이퍼를 써오길 잘했다. 막상 실전에 나서니 예상보다 더 당황됐고 헷갈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두 번에 걸쳐 투표를 해야 하는 복잡함 때문에 다소 혼선도 빚어졌다. 정자1동 1투표소를 찾은 한 할머니는 “투표날이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사람dmf 이렇게 많이 뽑느냐”며 “아는 사람이 없어 그냥그냥 당이나 후보 이름 보고 뽑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둔 6투표소를 찾은 김명선(52·여)씨도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어려울 것 같은 선거였다. 뒤에서 지켜보는데 아주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투표가 낯선 젊은 층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이 첫 투표라는 권모씨(22·여)는 “친구들끼리 이번 투표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도 후보가 여러 명이어서 막상 해보니 더 헷갈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 공공장소 지지 발언 해프닝

이날 오전 수원으로 향하는 출근길 전철에서 한 여성이 휴대폰 통화를 하며 특정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해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이 여성이 한참 통화를 하던 도중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면서 ‘거짓 통화’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주위를 폭소에 빠지게 했다.

● 투표소, 크고 작은 소란도

수원 장안구 한일초교 투표소에서는 70세 한 노인에게 총 8장의 투표지가 아닌, 6장의 투표지만 배부, 해당 선관위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노인은 오전 6시10분께 투표를 위해 한일초교 투표장을 찾았고, 첫 번째 4장의 투표지는 그대로 받아 투표했지만, 두 번째 투표지를 받는 과정에서 두 장만 받아 투표했다고 항의했다.

그는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는 동안 투표지가 총 8장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자신이 잘 몰라 두 장을 덜 받은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 사퇴후보 그대로 투표용지에… 헷갈려

도지사 후보에서 사퇴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나 민노당 화성시장 홍성규 후보가 투표용지에 그대로 있어 헷갈린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투표장에 해당 후보가 사퇴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일부는 투표용지를 본 뒤 “정말로 사퇴했느냐”며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한 유권자는 “후보가 사퇴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그냥 찍을 수도 있겠다”면서 “투표 용지를 받을 때 안내원이 다시 한번 말해주는 센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 학교에 투표소가 2개?

한 학교에 2개의 투표소가 설치되는가 하면 올해부터 갑자기 변경된 투표소 위치 때문에 유권자들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혼란을 겪었다.

수원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는 매원중학교에 매탄4동 제3투표소와 제5투표소를 함께 설치했다. 제3투표소는 학교 정문 옆에 위치한 2학년 13반 교실에, 제5투표소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위치한 학교식당에 각각 설치됐지만 정문 옆에 설치한 안내판 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어 일부 유권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9시께 투표하기 위해 매탄4동 제3투표소에서 줄을 서 기다리던 유권자 가운데 3∼4명이 투표가 시작되고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투표소를 잘못 찾아온 사실을 알고 급히 제5투표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유권자 임모(53)씨는 “투표소가 거리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같은 학교 안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며 “투표용지도 8개나 돼 혼란스러웠는데 투표소 위치까지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 대학 새내기들도 '한 표'

생애 첫 투표에 임하는 새내기 대학생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수원 성균관대와 아주대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주민들과 대학생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며 함박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성대에서 투표를 마친 박영민(20·자연과학부)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배달된 공보물을 받아 보고 설레였다”며 “이번 선거가 천안함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통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앗! 기초의원은 2명 뽑는 것 아니었어요?

기초의원에게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2~3명의 후보란에 투표를 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이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기 전 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 등에게 투표용지 한 장당 한 명만 선택해야 되느냐고 묻는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

권선구 곡선동 6투표소에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한 여성은 “시의원을 뽑는 투표용지를 받아 2명의 시의원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며 “2명을 선출한다고 해서 2명을 뽑는 것인줄 알았다”며 무효표가 될 것을 아쉬워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중선거구제를 잘못 이해해서 무효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기초의원의 경우 다득표 순으로 지역에서 2명에서 3명을 선출하지만 이를 잘못 알고 자신이 지지하는 2~3명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근거 없는 사퇴설에 후보들의 곤욕도

화성지역의 경우 야권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참여당 박지영 후보가 사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박 후보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민주노동당 홍성규 후보가 민주당 채인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동의하고 사퇴한 사실이 와전된 것. 실제로 동탄1동 능동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여성은 “후보가 2명인 줄 알았는데 3명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집에 돌아와 선관위에 확인하고서야 민노당과만 단일화 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화성시선관위 관계자는 “홍성규 후보와 박지영 후보가 나이도 36살로 같고 정당도 야권 단일화 한 상태라 유권자들이 헷갈린 것 같다”며 “규정상 박 후보만 따로 공고문을 붙일 수 없어 문의하는 사람에게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장애인들도 ‘나도 한표’

오전 10시30분께 권선구 서둔동 6투표소가 설치된 효탑 초등학교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선거관리관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투표를 마치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전 8시께 곡선동 6투표소에서도 휠체어를 탄 70대 노인이 자식들과 손을 잡고 투표를 무사히 마쳐 주위를 훈훈하게 하기도 했다.

● 정신없다. 아이 잃고 ‘미아 소동’

10시께 우만2동 1투표소에는 어려운 투표 방식에 정신이 팔린 한 아버지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부모를 잃은 아이는 한참동안 투표소에서 “아버지를 찾아 달라”며 울음을 터트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유권자들, 투표장에서도 시장 후보 못 알아봐

사상 유래 없는 무관심으로 투표소에서 건네는 수원시장 후보들의 인사에도 알아보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오전 9시50분께 투표소를 향한 수원시장 A후보는 만나는 유권자들마다 악수를 건네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인사를 받는 유권자들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머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11시 투표에 참여한 B후보도 투표 장면을 촬영하는 본지 기자에게 “저 사람이 누군데 사진을 찍느냐”고 말해 당사자를 당혹케 했다.

● 생애 첫 투표, 꼭 하게 해주세요.

오전 9시께 곡선동 6투표소를 한 아버지와 딸이 찾아와 “딸이 신분증을 잃어버렸다. 의료보험증을 가져왔는데 투표할 수 없겠느냐”며 투표 관리관에서 한참을 사정하기 시작했다.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던 관리관은 “사진이 부착된 학생증과 선관위가 요구하는 다른 증빙서류를 가져오면 투표하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결국 이 여성은 생애 첫 투표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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