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지방선거가 120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이번 선거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사회·경제적으로 컸다. 유세차량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고, 8개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면서 선거운동원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 중 선거기간 동안 가장 가슴을 졸여야 했던 사람들은 시민의 선택을 앞두고 있는 출마자들. 아쉬움이 남을 이들과 달리 다른 한쪽에서는 선거가 끝나자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야간근무자, 일조권 피해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끝난 선거를 반기고 있다.

● 미화원 “명함 치우기 무섭게 또 버려요”

선거기간 동안 수원시 내 환경미화원들은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냈다. 유세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길거리에는 선거명함과 공약서가 수북이 쌓였고,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특히 선거명함은 빗자루에 잘 쓸리지 않아 환경미화원들은 허리를 숙여 손으로 명함을 바닥에서 떼어내야 했다.

환경미화원 A(41·고색동)씨는 “한쪽에서는 명함을 주고 한쪽에서는 명함을 버리는 광경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을 실감했다”며 “후보들이 시민 한 명 한 명에 가슴을 졸이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루에도 수 십장의 명함을 받는 시민들의 짜증이 이해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 야간근무자 “소리 크다고 찍어주는 거 아닙니다”

야간 근무자들에게는 힘겨운 13일이었다. 공식 선거기간동안 유세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잠을 설쳤다. 특히 한 번에 8개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다보니 인근을 지나는 유세차량도 한두 대가 아니었다. 서울에서는 잠자는데 시끄럽게 군다며 선거운동원을 폭행하고 유세 장비를 부순 30대가 입건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수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B(32·우만동)씨는 “유세차량이 워낙 시끄럽게 해서 귓전을 맴도는 모기나 마찬가지였다”며 “소리를 크게 튼다고 찍어주는 것도 아닌데 자기네끼리 경쟁이 붙는 통에 2주 동안 비몽사몽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 직장인들 “햇빛 좀 보자구요”

각 선거사무실과 같은 빌딩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은 지난 2주간 햇빛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특히 건물주가 선거사무소를 임대해 주면서 다른 사무실에는 동의절차 없이 대형 현수막 설치를 용인해줘 직장인들은 대낮에도 형광등을 켜 놓고 업무에 임했다.

직장인 C(38·인계동)씨는 “현수막이 건물 전체를 감싸다보니 환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며 “특히 화장실도 현수막으로 막혀 있어 담배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고 전했다. 또 C씨는 “그래도 자주 보면 정 든다고 우리 건물에서 선거를 치른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건승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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