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결과에 김진표 의원은 웃고, 남경필 의원은 울었다. 이번 수원시장 선거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대리전<본보 1일자> 구도라는 지역정가의 냉엄한 평가에 두 의원들의 향후 정치행보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수원시장을 비롯해 도의원, 시의원까지 싹쓸이하며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공을 세운 김진표 의원은 도지사 후보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깨끗하게 날려버리는 기회가 됐다. 염태영 후보는 51.4%를 얻어 한나라당 심재인 후보(39.7%)를 10.7%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염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했다.

더욱이 도의원 선거구는 8석 중 7석을 민주당이 차지했고, 시의원은 30석 중 15석을 차지하는 수원정치 역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는 도의원 전 선거구를 한나라당이 독식했고, 시의원 선거구도 30곳 중 23곳을 차지한 바 있다.

‘천안함발 북풍’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도지사후보에게 텃밭을 내주며 어려운 선거전을 펼친 민주당이 선거 압승으로 이어진데는 김진표 의원의 공이 실로 컸다. “김진표 의원이 수원시장 후보인가”라는 말이 돌 정도로 선거운동에 에너지를 쏟았다.

수원시장 후보와 도·시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구별 집중유세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잠자는 4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선거운동으로 보냈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목이 부어 쇳소리가 나와도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한 그다. 물론 도지사 후보의 자리를 유시민 후보에게 내준 막중한 책임도 한몫했지만, 'MB정권심판'이라는 절박함이 그를 유세장으로 이끌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선거 대승은 그를 새로운 정치 무대로 인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정치 무대가 중앙이 될지, 4년 뒤를 기약할지는 김 의원만이 안다.

반면 남경필 의원은 지역구에서조차 민주당 투표율이 높았고, 결정적으로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든 '심재인 카드'가 10% 차의 패배로 이어져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남 의원도 선거기간 내내 팔달구 지역과 중요 유세현장을 빠뜨리지 않고 참석, 열혈 유세전을 펼쳤다. 직접 사회까지 보는 열정을 보이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역구인 팔달구에서조차 민주당 염 후보가 7%가량 높았고, 시의원 7석 중 3석, 도의원 2석 중 1석을 차지하긴 했으나 민주당 후보와 100표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정당지지도의 지표가 되는 광역·기초비례대표에서도 5% 미만으로 앞섰다. 전통의 보수텃밭으로 평가되는 '팔달구'에서 받은 성적치고는 초라한 실정이다.

특히 남 의원이 고집한 ‘심재인 카드’ 실패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중앙당의 공천 과정에서 남 의원은 도당이 공천한 심재인 후보를, 권선의 정미경 의원은 현 김용서 수원시장의 경쟁력을 높이 사며 시비가 붙었다. 지역정가에서는 내리 4선에 성공한 남 의원과 초선에 당 대변인까지 꿰찬 정 의원 간 기싸움으로 비화하기도 한 이 일화를 두고, 남 의원의 입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장안구 재선거 때 여당에 유리한 선거에서 패배한 점도 악재다. 당시 남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남 의원이 사실상 선거를 총괄한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패하자 그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느는 추세다. 도지사는 물론 대권 후보까지 거론하던 남 의원의 추종자들은 그의 다음 정치 행보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 역시 남 의원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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