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공립학교 교사초빙제가 자칫 막강한 권한을 쥔 교장과 교사 사이의 ‘부적절한 거래’의 온상이 될 것이란 우려의 조짐이 일부에서 현실로 나타나 걱정이다.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자율화 방안은 연간 수업시수의 20% 내에서 학교별로 특정 교과의 수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되고 학교장의 교사와 행정직원 초빙권이 확대되는 자율학교가 늘어났다. 한마디로 교육관련 권한을 일선 학교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교장의 리더십에 따라 그 학교와 학생들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자율화에 기대를 하는 것은 학교 여건과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사초빙제도 우수교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장점에 있다. 자율권 확대는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해 받아들여진 결과다. 그간 각종 지침에 얽매여 학교장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근본 취지를 저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적지않은 폐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확대시행 초기부터 공모 선정에 대한 대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 구성원의 참여가 배제된 자율화 정책의 추진으로 학교장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1천만원,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500만원의 뇌물을 바쳐야 한다는 부끄러운 얘기가 나올 정도다. 비교육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교장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계의 잇단 비리가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사초빙제는 학교 사정에 따라 일정 비율의 교사를 전입, 또는 전보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0년부터 각 시·도교육청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다 올해부터 모든 일선 학교에서 대폭 정원을 늘려 시행하고 있다. 일반학교의 경우 초빙교사율을 교사 정원의 20%로 제한하고 있지만, 교장공모제학교나 자율학교는 50%, 자율형공립고나 교육력제고학교는 100%까지 가능하다. 교원 정원의 절반 이상 인사권이 교육청이 아닌 학교 자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초빙 심사를 관장하는 학교운영위에 가장 강력한 입김이 작용하는 교장의 권한 또한 막강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일선 교사들은 근무환경이 좋은, 혹은 승진에 유리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전보되기 위해 교장과의 은밀한 로비가 우려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도내 한 학교에서 가산점을 노리고 자율학교 초빙교사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백만원을 주고 받은 교장과 교사가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제 자율권 확대로 혹여 일어날지 모르는 교장의 전횡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자율화가 학교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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