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재연된 8강 염원 승리의 함성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잦아들었다. 우리 축구팀은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 한 판 승부를 겨뤘지만 기량과 투혼에서 앞서고도 패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 그러나 아쉬움의 탄식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밤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이청용의 동점골을 사냥했지만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두 골을 내줘 1-2로 아깝게 패했다.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태극전사들은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고 수원 월드컵 경기장 등 도내 물론 전국 붉은 물결의 거리응원 인파도 안타까움에 숨을 죽였다.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5천만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도 ‘8강 신화’를 재현하지 못한 채 월드컵 출전 사상 원정사상 첫 원정 16강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8강 진출에 실패는 했지만 길거리 응원단과 교민을 포함한 한국인들은 자랑스런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며 한마음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그러했듯이 민족적 자긍심과 단결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었다. 초기 우려와는 달리 경기가 거듭될수록 거리의 응원문화도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날 상하의 유니폼을 흰색으로 차려입은 태극전사들이 관중석에 나부끼는 대형 태극기와 붉은 악마의 교민들의 ‘대~한민국’ 응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후반 끝날 때까지 주도권을 잡았으나 상대의 두꺼운 벽을 뚫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투혼과 기량을 불살라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루과이팀 감독도 이번 경기가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할 정도로 한국팀의 막강 전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래서 대표팀은 물론 국민 누구도 8강 실패에 주눅이 들거나 좌절할 일은 결코 아니다. 세계 각지의 교민을 포함한 5천만 국민 모두 붉은 악마 응원단이 돼 ‘대~한민국’을 외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해도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우리는 이번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소중한 경험과 한국인 스스로 확인한 폭발적 에너지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월드컵 에너지야말로 사회통합과 국가경쟁력 제고의 원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 축구대표팀의 ‘유쾌한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태극전사들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확인시킨 경기였다. 특히 16강 우루과이전은 네 경기 중 주도권을 쥐고 파상공세를 펼치며 이길 기회를 가장 많이 포착하고도 ‘골대 불운’ 등 상대의 빗장을 열지 못했다.

공격 점유율에서 54-46으로 앞선 강호다움을 보이고도 진 것은 미련이 남지만 향후 ‘4강 신화’의 재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위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기량과 투혼을 보인 허정무호의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위로와 찬사를 보낸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월드컵의 의미는 축구경기 이상이었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조기 인재육성, 여건의 개선, 저변확대 등 체계적 준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16강에서 다시 확인한 ‘하나되는 대한민국’의 경험 또한 귀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이번 대회는 놀라운 한국적 에너지의 세계화와 국민적 자부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국민적 열정과 자부심을 국가발전의 큰 동력으로 승화시켜 한다. 여기에 국가 지도층과 정책 당국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의 맹성과 분발을 특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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