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제10조가 어제부터 그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야간 옥외 집회·시위가 전면 허용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시한을 6월 말까지로 못 박았지만 여야가 집회 시간을 둘러싸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시한을 넘긴 것이다.

여야가 법을 고치라고 정해준 시간까지 집시법을 개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무책임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쟁점인 집회 시간만 해도 그랬다. 한나라당은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6시로 하자는데 반해 민주당은 시간을 특정하는 대신 주거, 학교 등 일부 시설 주변에서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금지할 수 있게 하자고 맞섰다. 결국 자기주장만 하다 등을 돌린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허용하는 게 옳다. 헌재는 이 결정을 내리면서 불법·폭력 집회마저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시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과 폭력 등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집회로 인한 소음 등 시민 생활 침해가 예상될 뿐 아니라 당장 경찰의 치안 공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종교 및 시민단체는 현행법 상 소음기준을 최대한 지키면서 불법과 폭력 시위를 자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기도청 앞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거의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면서 무더운 날씨에 창문도 열어 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야간집회까지 허용되면 수면장애 등 생활 침해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다. 집회의 자유 보장을 주장해온 수원시 종교계와 사회단체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고 집시법 시행령에 확성기와 꽹과리 등 사용의 제한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어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집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실제 상황은 겪고 봐야 할 대목이다.

7월 한 달간 야간집회 신고는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3000여건에 달한다. 경찰은 공공질서를 위협하거나 교통질서를 방해하는 집회는 금지 또는 제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법이냐 합법이냐를 놓고 마찰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경찰의 합리적 대응과 집회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이 뒤따를 때 해결될 것이다.

법이 개정될 때까지 집회 금지 시간대를 융통성 있게 조정함으로써 불협화음을 줄여나가야 한다. 한 조사기관의 여론조사를 빌리면 서울의 경우 서울 시민 60.5%가 시간·상황을 고려해 야간집회 허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3.4%는 절대 불허 의견이었다. 전면 허용 의견은 13.8%에 그쳤다.

이 점에서 집회·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얼마나 컸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 시위문화가 절실하다.

특히 야간 집회는 주간 집회와 다른 점이 있다. 경찰이 야간 시위로 밤샘을 한다면 민생에 구멍이 뚫릴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일터에서 돌아온 시민이 휴식하거나 잠잘 시간에 시위소음에 시달린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집회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선진 시위문화가 요청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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