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한마음이 돼 13년 째 노인무료급식에 온정의 손길을 뻗고 있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 인근의 한 식당은 매주 일요일이면 노인무료급식 봉사자들의 가벼운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불황 속에서도 100여명의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보살피고 무료급식에 나서고 있는 이들은 여유로운 편도 아니다. 사회복지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작은 정성으로 큰 사랑을 베풀고 있기에 보통사람들의 ‘경로 효친 사상’을 일깨워 그늘진 구석을 밝혀 주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식자재비를 부담하고 있는 팔달문 시장 ‘다솜회’ 소속 상인들과 학부모 봉사단인 ‘학선회’ 어머니들,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소속 교사들, 그리고 자원봉사 학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다하며 급식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일상 중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봉사자들이라 손길 몇 번에 반찬 몇 가지가 차곡차곡 쌓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기다린다. 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인들은 오전 10시부터 정성이 가득 담긴 식사를 받아들고 이내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관계 부처의 집계는 바람직한 사회 현상이다. 선진 국가를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자원봉사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임이 분명하다.

매주 130여명의 노인과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할 뿐 아니라 따뜻한 정까지 품고 돌아간다. 김모(73) 할머니는 “5년도 넘게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며 손주 같은 학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면 살아있는 것은 느낀다고 했다. 흐뭇한 미소가 가득하다.

시대적으로 뒤져 있는 노인들이나 노숙자들을 상대로 봉사에 나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봉사자들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13년이란 긴 세월을 변함없이 노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뻗고 있는 것이다. 소외된 이들을 돕는 아름다운 모습이 찌든 우리 사회에 희망을 갖게 한다.

명절이면 통과 의례처럼 치러졌던 반짝 봉사가 사라지고 연중 지속적으로 돕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손길에 수범을 보이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의 선진화는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인한 인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체계 있는 꾸준한 봉사가 두드러진다.

오랜 기간 봉사에 나서면서 갖가지 애환도 많다. 매주 찾아오던 노인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면 궁금증에 가슴을 태우기도 한다. 13년을 꼬박 봉사의 손길을 뻗어온 수원여고 최영한(46·여) 교사는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럴 때마다 음식에 더욱 정성을 쏟게 된다”고 했다.

자원봉사가 사회의 나눔 문화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자원봉사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단순히 자원의 분배나 자선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봉사의 질을 높이고 자기계발의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 자원봉사자가 늘고 있으나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그 문화가 빈약하다. 수원 팔달문 자원봉사자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는 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남을 위해 따스함을 베풀 줄 아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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