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표상’이라고 할 교장들이 검은 돈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절망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교육계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학교장이 높아진 권한을 기화로 재량권을 남용한 교육행정과 학교운영의 난맥·타락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최근 경찰은 학교 행사를 계약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전·현직 교장 138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현직은 86명, 전직은 5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비록 이번 사건이 서울에서 적발됐다고 하나 전국 특히 경기도 교육계라고 무관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수학여행 비리가 수면에 떠오른 것이다.

가장 청렴해야 할 교육계의 비리에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또 다시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수학여행과 맞물린 비리가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됐지만 수학여행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가 마련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전 수의계약 형태의 수학여행 계약방식을 조달청 전자입찰로 바꾸기로 했다.

종전 5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수의계약 한도를 낮췄다. 그 이상은 전자입찰에 붙이도록 했다. 여행업자의 경쟁을 통해 종전 수의계약에 따른 리베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학교 내 불투명성으로 인한 문제가 비단 수학여행 비리만은 아니기에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잖아도 그간 일부 교장들의 도덕성이 마비된 행태가 적잖아 ‘누굴 믿고 자녀교육을 맡기야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개탄이 끊이지 않았던 터다. 무엇보다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교장들의 흑심을 막기 어렵다. 교장들의 수학여행 비리는 이번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 초·중등 전·현직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 등 학생들 단체행사 업체 두 곳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해당 교장들은 수학여행의 경우 업체에서 학생 1인당 숙박비 명목으로 8000~1만2000원의 사례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학여행의 비리는 소재만 다를 뿐 여느 학교장 비리와 내용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지난번이나 이번에 적발된 교장들도 수의계약을 허용한 학교의 업체 선정 자율권을 악용했다. 교장이 마음대로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면 업체는 교장에게 뒷돈을 찔러주는 비리의 관행이 이어진 것이다. 업체선정 과정에서 교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제도 하에서는 비리의 소지가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전국교직원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부는 학교 자율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인사권 제한, 감사 강화 등 학교장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비리의 병폐는 교장에게 주어진 거의 절대적인 학교행정 재량권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운영이 어느 한 개인의 의사에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이 여러 구성원의 의견에 따라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때 투명성이 보장된다. 그래서 교육비리는 사후처벌만으로는 근절될 수 없음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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