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전임 단체장 공약이행을 위해 빚 2700억원을 안고 있어 신임 염태영 시장이 추진할 공약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위기의 지방재정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은 비단 성남만의 경우가 아님을 입증한다.

수원시는 신규사업 추진에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염 시장 임기 동안 빚을 갚는 데만 매년 600억원씩 쏟아 부어야 하는 실정으로 사업 지연 등 일정 부분 차질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전임 단체장의 부채를 떠안을 수 없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치적 판단에서 촉발된 것으로 풀이되는 지급유예선언은 수원시에서도 적잖은 파문을 미치고 있다.

자치단체의 부채는 성남, 수원시뿐 아니라 상당수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 광역단체인 인천시에서도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 당선된 시장이 전임 시장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부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수원시는 민선 3·4기 때 각종 도로개설 사업과 청사 건립 등에 필요한 재원을 부채로 충당하면서 현재 채무만 27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체 채무 중 국·도비를 제외한 시 순수 부담이 1721억원이라고 해도 전체 예산의 12%다.

시의 부채 현황은 수원역 우회도로~호매실IC 간 도로(530억원)와 수원역 우회도로 개설(484억원) 등에 1651억원의 빚을 냈으며 화성행궁앞 광장 조성(240억원)과 제2청사 건립(96억원) 등도 부채로 추진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남시와 같은 모라토리엄 선언은 합리적인 절차나 특별대책, 자구 노력보다 전임자 실정을 부각시키는 면피성 행정의 표본으로 주민피해와 함께 타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

성남시가 특별회계 대여금을 갚는 데 부담이 간다며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지급유예 선언을 한 것은 정치적 제스처라는 게 중론이다.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70.5%로 전국 지자체 평균 53.6%를 크게 웃돌고 있는 데다, 지방채 발행 규모도 140억원에 불과해 다른 지자체 평균 발행액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빚 상환에 어려울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일본과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재정파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 위주로 된 지방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대신,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기계적으로 분배하는 교부금도 인센티브와 패널티 제도를 도입해 지자체 간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세제 개편을 전제로 ‘재정파산제도’를 도입하면 지자체들은 일본처럼 지자체별로 공무원 급여를 차등화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재정여건이 좋은 지자체는 넉넉한 급여를 지급하면서 공무원을 증원할 수 있게 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감원하거나 급여를 삭감하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한다면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 직원급여를 지급하는 지자체들이 정원을 늘리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치단체장도 공약이행을 한답시고 빚을 내 추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재정자립도 50% 미만을 보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248개 중 78%인 178개 달한다. 이들은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 못하는 실정이어서 민간기업 같으면 부도가 나도 벌써 났어야 할 지자체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제 지방재정의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원의 대폭적인 지방이전과 함께 과도한 지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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