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생후 11개월된 남아가 수족구병으로 사망해 비상이 걸렸다. 신종플루의 세계적인 확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비교적 안전지역에 머무르고 있어 다행이라 했더니 최근 어린이들에게 크게 유행하는 수족구병이 확산되면서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 때이른 더위 탓에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환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어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며칠 전 뇌염·폐출혈로 사망한 수도권 거주 11개월 남아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결과 수족구병 원인 바이러스인 엔테로바이러스71형(EV7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 남아는 지난 7일 전후에 감기증상을 보인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발병 5일 만에 사망했다. 특이한 것은 이 남아가 수족구병으로 확정할 만한 손발 주변에 발진 등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 감기 증세로 동네병원에서 치료를 해 왔다고 한다. 권선구보건소 등 보건당국은 이 남아를 맡아 왔던 가정어린이집에 대해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나머지 원생 14명에 대해서는 건강검진을 실시토록 했다.

지난해에도 수원에 이어 고양시와 의정부시 어린이집에서 1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걸려 치료를 받았으며 올해도 수원과 서울에서 발병,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30만명이 수족구병에 감염돼 영·유아가 100명 가깝게 사망했다. 이번 수원시 영아 사망 사건에서 보듯 대부분 어린이 유아들에게 가장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유아보육시설의 전염병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

수원시 한 가정어린이집도 수족구병이 발병한 사실을 알고도 당국에 신고조차 안했다. 수족구병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관인보육시설을 담당하는 행정부처에서 일선 어린이집에 수족구병 발병 현황 보고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관인어린이집이 아닌 사설이나 특히 가정어린이집은 해당 공문조차 받지 못해 당국에 신고 절차도 쉽지 않았다. 유아가 사망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방역작업을 하느라 수선을 떨었을 뿐 이 어린이집 원생 14명에게도 뒤늦게 건강검진을 지시했다고 하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치기 행정에 시민들만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그린푸드존’도 위협받고 있다. 학교 주변 식품취급업소의 위생관리가 무엇보다 철저해야 한다. 대부분 학생들이 즐겨 찾는 분식점과 편의점·슈퍼마켓이다.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것은 냉장·냉동을 소홀히 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수족구병을 지정전염병에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아직도 예방차원에서나 신고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제 수족구병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영유아시설에 대한 정기교육과 방역활동이 선행돼야 한다.

요즘같이 날씨가 무더우면 집단 식중독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일부 보육시설은 학교법이 규정하는 조건에도 못 미쳐 일반서비스업으로 등록해 유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학교주변 먹거리 단속과 영유아 시설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강화하기 바란다. 보건당국의 예방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 개개인이 보건과 위생의식을 갖춰 스스로 예방에 나서야 한다. 질병없는 사회가 곧 선진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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