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약사회가 지난 19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심야응급약국’(거점약국)이 일선 약사들의 낮은 호응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번 수원시 내 심야약국 시범 운영은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약사회가 7월부터 연중무휴 24시 운영키로 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서울 25개 구와 전국 15개 시·도에 1~2곳씩 모두 50곳에 문을 열게 해 긴급환자에게 해열제나 소화제 두통약 등을 팔도록 한다는 것으로 경기도는 수원시에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크게 의심스럽다.

31개 시·군을 포용하고 있는 경기도에 1~2곳의 심야약국을 운영한다는 발상은 지나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인구 110만의 수원시만 하더라도 단 한 곳에 심야약국이 운영된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게 훨씬 편리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심야약국 운영 발상은 보건복지가족부가 대한약사회의 압력과 로비에 굴복한 결과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심야응급약국의 취지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그 운영의 실체로 볼 때 너무 형식적이고 눈가림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약사회는 야간 및 심야시간대 국민의 의약품 구입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약사와 약국의 대국민 신뢰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심야응급약국 운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원시약사회도 1곳에 심야응급약국을 운영키로 하고 협의 끝에 팔달구 인계동 소재 수약국을 선정, 이달 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많다. 다음달부터 운영할 약국의 지원이 없는 상황이고 관공서 등에서 의약품 판매 장소를 운영하라는 대한약사회 계획에 따라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해 여의치 않다고 한다.

문제는 심야약국 운영의 주체인 약사들의 호응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벽 시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근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일부 약사도 있다. 또 심야약국에 대한 홍보 부족과 일정한 장소 없이 떠돌이 식으로 운영되는 심야약국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정착되지 않은 운영 초기를 두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약사회의 눈가림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시민들은 비처방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꾸준히 요구해 왔고 정부도 이를 검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한 여론조사 발표를 보면 국민의 86.3%가 소화제나 진통제, 감기약 등은 편의점이나 동네슈퍼에서도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휴일이나 심야에 영업 중인 약국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37.6%로 나타났다. 많은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심야응급약국은 비처방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회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심야응급약국은 개수보다 실질적 국민 불편해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눈가림 정책에 불과하다는 경실련의 지적은 백번 일리가 있다. 복지부와 약사회는 더 이상 시민의 편의를 외면해선 안 된다. 피로회복제, 마시는 소화제 등 비처방 약품은 시민의 편의를 위해 약국의 틀 안에 묶어 둘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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